한국일보

젊은 노인들

2001-05-10 (목)
크게 작게

▶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흰 밀가루는 몸에 안 좋다니 도토리국수로 주세요”

“소금은 건강에 해로우니 콩국수에 소금 전혀 넣지 말고 주세요”

한인타운의 식당에 가면 심심찮게 듣는 음식주문이다. 이런 주문을 하는 손님들은 물론 십중팔구 노인들이다.


세상에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이 처녀 "시집가기 싫다"는 말과 노인들 "죽고 싶다"는 말이라고 하지만, 요즘처럼 건강에 대한 노년층의 관심과 의지가 강한 적도 없다. 건강 상식의 풍부함이나 그 실천에 있어서 노년층을 따라갈 젊은 세대는 많지 않다.

젊은이들의 눈에는 "여생이 얼마나 남았다고 그렇게 열심인가" 의아할 수도 있지만 노인들은 더 이상 예전의 노인들이 아니다. 행동만 봐서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젊은 노인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예를 들어 공영방송 PBS는 최근 ‘파도타기 인생’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는데 주인공들이 모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 젊게는 60대부터 많게는 90대의 ‘선수’들이 스피드와 균형감각 없이는 불가능한 파도타기로 여생을 즐기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국에서는 80대 할아버지가 킬리만자로에 오른다고 해서 화제다. 금속공학자였던 박희선(83)옹이 수십년 참선으로 닦은 건강을 확인하고 싶어서 아프리카 최고봉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육체적 정신적 큰 병 없이 건강하다면 사람은 몇 살까지 살 수 있는 것일까. 보통 120~125세를 한계수명으로 보는 것이 이제까지 학계의 입장이었다. 일반적으로 한계수명은 뇌 성장기간의 5배로 잡는데 인간의 뇌는 25세까지 성장하므로 125세라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전혀 다른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론적으로 수명의 한계가 없을 수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입장이다. 영원히 산다는 얘기가 아니라 어떤 나이를 한계로 정하자니 이론적으로 그보다 더 살 수도 있기 때문에 한계를 못박기가 곤란하다는 말이다.

이전까지 학자들은 죽음이라는 벽이 앞에 버티고 있어서 누구나 거기 부딪치면 죽는 것으로 한계수명을 이해했다. 그런데 연구를 계속 할수록 죽음이 벽이 아니라 둔덕 같은 것이어서 그걸 살짝 넘으면 한참 또 살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는 것이다. 실제로 85~100세 연령층의 사망률이 점점 하락하고 있는 것을 보면 85세가 문제의 둔덕이어서 그때까지 건강하면 장수가 가능한 것 같다는 설명이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그 나이까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유전, 환경, 행운이 모두 따라줘야 한다는 정도밖에는 아직 해답이 없다. 하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장수의 비결이 한가지 있기는 하다. 즐겁게 사는 것이다. 웃음 밴 얼굴이 ‘젊은 노인’들의 공통점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