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싱글골퍼와 정치인

2001-05-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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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에서 ‘싱글’이라면 핸디캡이 한자리 수(single digit)라는 의미다. 파72, 18홀 골프코스에서 81타 이내로 플레이를 마쳤을 때 싱글을 기록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말이 제대로된 영어표현은 아니다. 미국사람들은 ‘80을 깼다’(broke 80)고 표현한다.

어쩌다 한번 싱글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평균 타수가 그정도의 수준에 도달한 골퍼를 싱글골퍼라고 한다. 역시 영어로 하면 single digit handicapper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다. 골프를 치는 사람은 잘 알지만 아마추어 골퍼가 싱글의 경지에 오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다른 스포츠도 그렇겠지만 특히 골프는 꾸준한 노력 없이 잘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루 1,000개씩 레인지볼을 때리는 노력 없이 타이거 우즈가 탄생했을리 없고 공동묘지 연습의 투혼없이 박세리 센세이션이 있었을리 없다.

싱글골퍼는 부단한 노력없이는 이룰수 없는 경지다. 또 일단 경지에 오른 뒤에도 연습을 게을리하면 금방 뒷걸음을 치게 된다. 핸디캡 5인 30대의 K씨는 싱글골퍼로서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 최소한 주중 한차례, 주말 한차례등 주2회는 필드에 나가고 주 2~3회 레인지에 나가서 100개 내외의 연습볼을 친다고 한다. 일주일 내내 골프채 한번 잡아보지 않다가 주말에나 백을 둘러메고 필드에 나가는 정성으로는 결코 싱글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골프에 미치지 않고서는 싱글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싱글골퍼에게는 딸을 주지말고 사업거래도 하지말아라"는 말도 있다. 골프 좋아하는 이들은 "싱글골퍼가 되기위해서는 피땀나는 노력을 해야한다. 부지런하기 때문에 다른사람들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반론을 펴지만 그래도 싱글골퍼치고 ‘끼’없는 사람은 없다.

한국에서 여권 지도급 인사들이 골프회동을 가졌다가 구설수에 올랐다. 회동을 주최한 민주당 권노갑고문이 라운딩에 앞서 민국당 김상현 최고위원에게 싱글을 치면 1,000만원을 상금으로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김위원이 이날 싱글인 77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매스컴에서는 일제히 ‘여권실세 호화골프’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말썽이 나자 김위원등은 "잘 치라는 의미에서 한 덕담일 뿐"이라고 해명했으나 파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있다.

미국에 살고있는 우리들로서는 호화골프 시비 자체 보다는 한국에서 싱글골퍼가 되려면 최소한 집한채는 필드에 갖다 바쳐야 한다는데 66세의 노정치인 김상현씨가 경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을까 궁금하다. 정치에 할애할 시간은 남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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