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희 잔치

2001-05-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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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철/파운틴밸리

요즘은 60 환갑잔치는 너무 젊어, 적어도 70 고희잔치를 치르면서 장수를 축하한다고 한다. 옛날에 인간이 70을 살기는 드물다는 뜻으로 고희, 희년 또는 희수라고 시를 읊었다고 한다. 장수와 건강에 대한 줄기찬 연구와 식생활이 90의 연수를 치닫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노인상조회의 후원 관계로 임원들의 고희 생신파티에 참석하여, 우애와 진심이 넘치는 노년의 교제에 소탈함과 정겨움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어눌한 사회자의 말솜씨와 앞뒤가 조리 없어도 예의가 꽉 차고, 진실한 우정미가 넘쳐 서툰 진행 속에도 고소한 참기름 같은 재미를 즐길 수 있었다.

몇년 전 한인회장 취임 축하연에서 직업 연예인의 음담패설적인 미사여구보다 백배 신선하고 구수하였다. 시도 때도 없는 육체의 언어들이 피로와 긴장을 풀어주기보다 분위기를 추락시키고, 메스꺼움을 느끼게 하였다.


두고두고 추억으로 기억되는 단체 모임의 대화 내용은 진수성찬 못지 않게 온전한 향기로 자리 매김을 한다.

대중 속에서의 튀는 언동, 자랑, 교만 섞인 연설 등은 아예 듣지 않음보다 못하다.

생신잔치도 그 본질에 충실한 진실이 넘쳐야 하고, 그 모임을 이용하려는 엉뚱한 작태는 배제되어야 한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 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우리에게 지혜의 마음을 주시고, 우리의 행사를 견고케 하소서, 우리의 모든 날 동안 기뻐 외치고 즐거워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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