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런 가정이 중독증 만든다

2001-05-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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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왕<한인 중독증회복 선교센터 선교사>

중독증 회복모임을 진행하다 보면 참석자들이 성장과정에서부터 중독성향이 된 경험이나 성격 형성을 말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오늘날 중독증 회복에 대해서 많은 노력을 하는 것에 비해서 정신적인 건강을 중독증과 관련지어 보는 견해는 아직 미흡한 경향이다.

중독이 먼저냐 정신적 상태가 먼저냐 하는 것은 마치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대부분의 중독자들은 중독증과 함께 다른 정신병학적 문제들을 동시에 지니고 있기 때문에 중독행위는 중단되어도 다른 정신적 문제들이 해소되지 못해서 이를 견디다 못해 또다시 중독행위가 재발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일반 사람보다 2.4배나 더 중독증에 걸릴 위험이 있고, 강박관념은 3.4배, 우울증은 4.1배, 정신 분열증은 10.1배, 반사회적 성격 결함은 15.5배나 위험이 높다는 조사가 있다. 정신적 결함들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얻어지겠지만 특히 강박관념 형성은 가정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첫째 지나치게 통제적이거나 감정을 억제시키는 가족이다. 통제적인 사람들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완전한 것을 요구하면서도 자녀들의 욕구에는 민감하지 못하다. 자녀들에게 질적으로 좋은 시간은 제공하지 못하면서도 지나치게 보호해서 그들에게 결별의 두려움마저 야기 시킨다. 죄의식과 분노는 결과적으로 중독 위험만 더 부추기는 강박관념 형성에 도움을 주게 된다.

둘째 별거 가족은 자녀들이 필요로 할 때 부모들이 같이 있어주지 못해서 그들의 욕구가 제때 충족되지 못한다. 자녀들은 "말만 잘 들으면" 부모들과 다시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매사에 완전하게 행동하려는 노력과 반응을 보인다. 또 부모들의 별거는 자녀들에게 "버림을 받았다"는 두려움을 주어 그들의 강박관념 발발 요인이 된다. 부모에 대한 의존과 억압된 분노는 20대 중반 또는 30대에 가서 강박적인 중독환자로 표면화 될 위험이 있다.

셋째 기대가 너무 큰 가족에서 자녀들은 죄의식을 갖기 쉽다. 자녀들은 부모들의 기대가 실현 불가능한 것인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어 부모의 기대를 운명으로 알고 성장하며 "아무리 해봐도 잘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해서 항상 화를 낸다. 완전주의 기대로 생기는 좌절감은 "중독적 성격"을 만들어 준다. 완벽한 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에서 올 A만 받고, 좋은 식사습관, 부모를 실망시키지 말고, 화를 내지 말고, 형제들과 싸우지 말라는 기대들을 자녀들에게 주문한다.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적 특성은 자녀의 나이에 걸맞지 않는 사항들을 기대하며 많은 말을 하는 것에 비해서 자녀들의 이야기는 잘 경청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조건 없이 자녀를 사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육체적으로 자녀들을 많이 포옹해 주고 비록 자녀들이 부모에게 화를 내어도 혼이 날 것이라는 두려움 없이 감정을 표현하도록 격려해 주어서 그들의 감정을 들어봐야 한다. 자녀들이 불안해 할 때 괜찮다고 말하면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엄한 가정에서 성장해서 자신의 마음을 남에게 잘 털어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중독행위에 많이 관련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녀들이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성적표가 완전하지 못해도 그 정도 한 것에 대해서 칭찬을 해 주고 잘못한 일에 대해서 비평을 삼가는 것이 좋다. 만약 부모가 자녀들이 해낼 수 있을 정도의 기준을 설정해 준다면 자녀들은 그 기준에 쉽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서 부모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자녀들은 중독적 행위에 덜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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