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샌타바바라의 한인 젊은이들

2001-05-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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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하 <사회부>

남가주 인근 곳곳의 잘 알려지지 않은 한인사회를 직접 찾아가 보는 기획시리즈 ‘이곳에도 한인타운이’ 취재를 위해 찾은 샌타바바라는 아주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특유의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광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현지에서 만난 한인들의 순박하고 여유로운 모습이 유난히 두드러지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특히 UC샌타바바라 캠퍼스에서 풍물을 통해 한국문화를 배우고 알리는 젊은이들을 만난 것은 아주 신선한 자극이었다. 미국에서 한인들의 풍물 모임 자체는 그리 드문 게 아니지만 한인 밀집지역과 떨어진 종합대학 캠퍼스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인 대학생 풍물패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들의 순수함이 좋았다. 현지 지리에 낯선 데다가 취재 일정이 지연돼 약속보다 한 시간이나 늦었는데도 10명이 넘는 학생들은 군말 없이 기다려주고 있었다.

왜 풍물패에 들어왔는지, 활동을 하며 느끼는 좋은 점들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학생들의 대답은 명쾌했다. ‘마음이 맞는 한인 학생들끼리 같이 어울릴 수 있어 좋아요.’ ‘북과 꽹과리를 힘껏 두드리다 보면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 버려요.’ ‘연습할 때 호흡이 잘 맞으면 아주 기분이 좋죠.’ ‘공연을 보며 환호하는 미국 학생들을 볼 때 한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껴요.’ ‘우리 공연을 보고 감명 받아 배우겠다고 찾아온 독일, 일본 학생도 있었지요. 다른 민족들에게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게 가장 큰 보람이에요.’


각기 말은 달랐지만 이들의 자유스런 말투와 몸짓에서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열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학생들과 함께 있는 동안 기자도 마치 십수년전 대학 초년생일 때로 되돌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이들 같이 심신이 건강한 젊은이들이 있기에 차세대 한인사회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이곳에도 한인타운이’ 기획시리즈는 여러 지역 한인사회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는 의도로 시작됐다. 이를 통해 각지 한인들의 역동적인 삶의 모습을 보면서 각자의 이민생활의 현주소를 반추해볼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도 더욱 좋겠다. 기자 개인적으로는 번잡한 LA 한인사회 밖에서 허명이나 자기 과시를 추구하지 않고 묵묵히 자기 일에만 충실한 사람들의 삶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것이 이번 취재 과정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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