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은 ‘뒷간’이 아닙니다
2001-05-05 (토) 12:00:00
우리의 주거생활이 재래식으로부터 양식으로 바뀌면서 제일 크게 달라진 것은 ‘변소’입니다. 한옥시대에는 변소는 집에서 제일 천대받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변소는 으레 집의 한 귀퉁이에 갖다 붙이거나 아예 본체에서 분리하여 뒷전에 별채로 세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변소를 ‘뒷간’이라고 부르게 되었고 뒷간은 주거의 거점에서 멀수록 좋았던 것입니다.
주거생활이 양식으로 변하면서 ‘뒷간’은 ‘화장실’로 승격되었습니다. 호칭도 ‘소’라든가 ‘간’이라고 불리지 않고 ‘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면서 다른 방과 동격으로 승격된 셈입니다. 화장실은 변소뿐만이 아니고 세면과 목욕까지 하는 공간으로 변했고 화장대까지 비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하였습니다. 그리고 위치 상으로도 주거의 중심부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화장실이 뒷간이었던 시절에는 뒷간의 문은 언제나 꼭 닫아놓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그러나 양옥의 화장실 문은 안 쓸 때에는 언제나 약간 열어 놓아야 합니다.
첫째 이유는 약간 열어놓지 않으면 그 화장실이 사용중인지 비어 있는지를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우리는 닫혀있는 화장실 문은 사용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노크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미국 사람들은 닫혀있는 화장실 문을 노크하는 것을 큰 결례로 간주합니다.
둘째 이유는 화장실 문도 다른 방 문이나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문을 약간 열어놓지 않으면 손님이 어떤 문이 화장실 문인지를 분간할 수 없게 됩니다. 화장실이 뒷간이던 시절에는 위치를 쉽게 짐작할 수 있었지만 양옥의 화장실은 쉽게 그 위치를 짐작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언제나 사용중이 아닌 화장실 문은 약간 열어놓는 습관을 붙여야 하며 남의 집 화장실을 사용하고 난 다음에도 나올 때는 반드시 약간 열어놓고 나오는 습관을 붙여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닫혀있는 화장실 문을 노크하면 큰 결례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