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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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학살

2001-05-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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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효원

전쟁을 치르다 보면 군인 뿐만 아니라 민간인도 죽는다.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섰던 존 맥케인은 월남전 때 폭격기 조종사였다. 그는 자기가 떨어뜨린 폭탄이 꼭 적군만 죽였으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말로 그의 폭탄이 민간인도 죽였을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지금 미국은 밥 케리라는 전 상원의원이고 현 어떤 대학교의 총장인 사람이 30여년 전에 월남에서 월남인 여자들과 어린 아이들 20여명을 죽인 것이 탄로나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는 당시 미 해군 특공대 장교로서 베트콩의 비밀 아지트 습격에 나섰다가 이 민간인들을 죽이게 된다. 그는 실수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지금 말하고 있지만 당시 작전에 참가했던 그의 부하 중의 한 사람은 케리 중위의 명령에 의해서 여자들과 아이들을 일렬로 세운 다음에 총으로 쏘아 죽였다고 진술하고 있다.

나는 30여년전의 일로 인해 어떤 사람을 잡아서 처벌하자고 주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미국은 살인의 경우만은 범죄 시효를 인정치 않고 있다. 더구나, 그는 21명의 베트콩을 죽인 것으로 보고를 올려서 동성 무공훈장까지 탔다. 그리고 그 보고서에서는 이 민간인들의 살상은 언급치 않은 것으로 되어있다. 나는 우리나라의 노근리 사건이 신문에 났을 때 반신반의 하였고 화를 내야할지 웃어야 할지 잘 몰랐다. 미군은 6.25때 우리나라 양민 몇 백명을 기차터널에 몰아넣고 기관총과 수류탄으로 작살을 냈던 것이다.

이 사건의 책임자는 밝혀지지 않고, 무슨 장학금인가 무언가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미국은 자기나라 국민이 아닌 외국인의 경우에는 ‘인간에 대한 범죄’라고 해서 전쟁 중에 민간인을 강간하거나 죽인 군인에 대해서는 그들을 잡아다가 헤이그의 국제 재판소에서 재판을 벌인다. 카터 전 대통령은 그의 대통령 취임연설에서 “미국사람들이 외국에 가서 저지른 행위는 국내에서 적용하는 것과 꼭 같은 잣대로 ‘재임’을 받아야 할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하였다. 미국 정부는 미국시민이 저지르는 ‘인간에 대한 범죄’에 대해서도 그들이 외국인에게 적용하는 것과 꼭 같은 잣대로 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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