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하다

2001-05-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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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5월, 가정의 달이다. 1년 열두달, 가정이 중요하지 않은 달은 없지만 특별히 가정의 달을 지정한 것은 자칫 잊기 쉬운 가정의 가치를 1년에 한번씩이라도 되새기라는 의미일 것이다.

가정은 인간사의 근원이다. 가정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후손을 남기고 그리고 떠나간다. 인간 삶의 뿌리가 가정이고, 생애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성취욕구의 출발점도 많은 경우 가정이다. 우리의 고단한 노동과 땀 흘리는 노력들이 근원을 짚어보면 아내·남편과 자녀와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으로 대부분 귀결된다. 그래서 사랑으로 굳건한 가정은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며 충만한 삶을 사는 기본조건이 된다.

가정이 건강해야 사회가 건강한 것은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이지만 이민 사회에서 가정의 가치는 특별하다. 이민자들이 낯선 환경에서 뿌리내리느라 일터와 학교에서 제각기 시달리고 상처받은 후 유일하게 위로 받고 새 힘을 얻을 수 있는 곳이 가정이기 때문이다. 1968년 개정이민법 시행으로 시작된 새 이민물결 이후 30여년 길지 않은 세월동안 한인 커뮤니티가 이만큼 성장한 것도 가족에 대한 우리의 특별한 사랑과 무관하지 않다. 가족들에게 더 나은 삶의 조건과 환경을 제공하려는 의지가 주 7일, 하루 10여시간 노동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성장의 눈부신 높이만큼 이면의 그늘이 깊고, 그 그늘 속에는 황폐해진 가정도 포함된다. 날로 늘어가는 이혼, 타민족에 비해 유난히 잦은 가정폭력, 수그러들지 않는 청소년 비행등 가정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들이 한인사회에 점점 큰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가시적 성취에 초점을 맞춘 삶이 본의 아니게 가정을 희생시킨 것이다.


한인사회가 미국에서 모범 커뮤니티로 뿌리내리고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자녀들을 건강한 시민으로 키워야 한다. 건강한 시민은 건강한 가정에서 배출된다. 한인 이민1세들의 이제까지 삶은 비상시기의 삶의 양식과 비슷했다. 경제적 성공이라는 목표점을 향해 앞만 보고 달렸다. 가족 여행은 고사하고 가족들이 모여 앉아 대화를 나누는 평범한 시간도 드문 가정이 한인사회에는 적지 않다.

삶의 우선순위를 재점검할 때가 되었다. 가족을 희생하며 얻는 성공은 의미가 없다. 안정된 미래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삶의 즐거움을 담보로 한다면 문제가 있다. 지금 내 아내나 남편, 내 자녀들은 행복한가, 내 가정은 건강한가를 가정의 달에 짚어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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