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 사랑, 쭈삐

2001-05-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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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희<샌프란시스코>

여성의 창
매일 아침 집 근처에 있는 공원을 걷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나와 산책하는 것을 보게된다. 저마다 개들을 데리고 마치 친구처럼 가족처럼 다정하게 산책하는 모습을 보면, 미국 국민 2명중에 한 명은 애완 동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나게 한다.

그리고 정상적인 가정이 깨어지고 점차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요즘에 있어서 애완 동물은 단순한 애완 동물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서 그들의 마음속에 차지하는 비중이 사람 못지 않게 되는 것을 우리들 주변에서도 종종 보게된다.

나에게도 애완 동물에게 각별한 애정을 느꼈던 그런 경험이 있다. 10년 전쯤, 가깝게 지내던 친구가 강아지를 한 번 길러보지 않겠느냐고 햇을때, 어렸을 적 개를 기르며 이런 저런 추억이 있어 개를 기른다는 자체에는 거부감이 없었지만, 예전과 달리 사람과 같이 집안에서 함께 지내며 애완 동물을 기르는 요즘의 세태 때문에 선뜻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던 어느 날, 그 친구는 먼저 기르고 있던 개가 자기가 없을 때면 어린 강아지를 물어 더 이상 함께 놔둘 수가 없다며 무턱대고 강아지를 나에게 데리고 왔다. 그렇게 친구의 품에 안겨서 온 이제 겨우 4주가 됐다는 강아지를 차마 돌려보내지 못하고 엉거주춤 내 품으로 받아 안게된 것이 쭈삐와 나의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나는 누구보다도 쭈삐를 사랑하게 됐다. 매일 아침 출근할 때면 아직 어린것을 혼자 집에 두지 못해 데리고 나왔고, 온 종일을 함께 보냈다. 저녁에도 약속이 있어 혼자 놔두고 나올 때면, 안에 혼자 남겨진 채, 문을 긁으며 낑낑대는 모습이 눈에 밟혀 일찍 돌아오곤 했다.

그 당시 쭈삐는 내 마음의 빈 자리를 채워주었고, 사람에게서 받지 못하는 위로를 받았다. 하지만 나와 쭈삐와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우리 집에 온지 1년쯤 되던 어느 날, 집앞에서 내 차 소리를 듣고 달려나오던 쭈삐는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차에 치어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난 쭈삐가 그렇게 내 곁을 떠난 그 날을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하도 울어서 눈이 퉁퉁 붓고 숨도 쉬 수 없을 만큼 온 마음이 바짝 타들어 가던 그 때 그 느낌은, 내가 최초로 겪은 상실의 아픔이었다. 매일 내 품에 안겨 따뜻한 체온을 느끼게 해주었던 쭈삐., 매일 사랑을 주며 내 마음속 빈자리를 채워주었던 쭈삐, 아직도 뻐근한 아픔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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