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다 만 불황

2001-05-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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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토마스 브레이 (월스트릿저널)

지난 1/4분기에 미 경제가 2% 성장했다는 통계는 잘못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중서부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불경기가 정말 온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하이텍을 중심으로 한 신경제가 과포화 상태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경제는 첨단 테크놀로지를 이용한 재고 컨트롤등에 힘입어 경기 둔화에 재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안 팔린 채 남아 있던 차들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으며 자동차 생산은 두자리 숫자 비율로 늘고 있다. 소비자들도 돈주머니를 풀고 있다. 3월 내구재 판매는 3% 늘어났으며 단독 주택 판매도 4.8% 증가했다. 이윤을 남기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고 대량해고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도 실업률은 낮은 편이다.

물론 이것이 일시적 현상일 수는 있다. 향후 경기를 가장 잘 말해주는 주식 시장은 약간 회복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최고치에서 크게 내려간 상태며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신문의 구인광고는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주로 정유 시설 부족으로 인한 높은 에너지 가격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년전 있었던 급속한 성장을 다시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경제 성장이 멈추지만 않는다면 부시 행정부로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최선의 시나리오다. 부시의 인기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경기가 나쁘지는 않으면서 연방의회로 하여금 감세와 규제 완화를 하게 만들게 때문이다. 세금 감면과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만도 미국 경제가 불황으로 빠지는 것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투자가들의 심리를 안정시켜 경기 회복을 돕고 있다. 소비자 신뢰지수가 내려간 것은 사실이나 월스트릿 저널에 따르면 대다수 투자가들은 향후 12개월내 상당한 수익을 올릴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부시는 대통령으로서의 자질이 있음을 과시함으로써 경제를 짓눌렀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했다. 부시가 일부 타협한 것은 사실이지만 감세 자체를 반대하던 민주당은 1조 3,500억달러에 달하는 감세안에 합의함으로써 더 큰 양보를 했다. 그럼으로써 부시가 우연히, 혹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했으며 그와 함께 작년 대선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의 우려도 걷혔다.

1993년 클린턴은 경기 둔화를 증세와 정부 투자 확대로 해결하려 했다. 공화당은 그렇게 하면 경제적 재난이 올 것처럼 선전을 했다 신뢰도에 상처만 입었다. 처음부터 증세가 경기회복 속도를 느리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어야 했다.

부시는 취임 후 100일 동안 소득 재분배가 아니라 근로 의욕 증진을 위한 인센티브 확대가 경기 회복의 지름길임을 국민들에게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이제는 극좌파들도 클린턴식 경제정책을 주창하지 않는다. 경제가 성장하는 한 부시는 좀더 과감한 정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계속 공화당을 부패한 무자격자로 몰아 붙이는 것은 과거 공화당이 했던 잘못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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