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통령 딸의 음주

2001-05-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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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대통령의 딸이 술을 마시다 티켓을 받아서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가십거리를 찾던 미디어들이 ‘이때다’ 하고 일제히 보도를 해댄 이번 음주사건의 주인공은 부시의 쌍둥이 딸중 언니인 제나(19).

오스틴 소재 텍사스 주립대학 학생인 제나가 지난 주말 한 나이트클럽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경찰에 적발돼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만 21세가 안된 나이에 술을 마셨으니 미성년자 음주 및 주류소지 금지법에 저촉된 것이다.

이 뉴스가 보도되자 사람들이 보인 반응은 대체로 두가지다. 우선은 음주연령 문제.

대학생이 되면 으레 다 술을 마시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법적 음주연령만 21살로 잡아매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들이 나왔다. 19살이면 대통령을 뽑는 투표도 할수 있고 군인이 돼서 전쟁에 나갈 수도 있는 나이인데 유독 술 마시는 때만 미성년자 취급을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음 미국민들이 보인 반응은 ‘대통령 딸 하기 힘들겠다’는 것. 그날 현장에서 경찰에 적발된 학생들이 여러명 더 있었지만 제나가 구설수에 오른 것은 순전히 아버지가 대통령이기 때문이라는 동정론이다.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제나와 쌍둥이 동생 바바라는 줄기차게 타블로이드 신문들의 타겟이 되어왔다.

사방에 주시하는 눈들이 있어서 감옥에 갇힌 것같이 답답한 기분은 역대 대통령 자녀들 모두가 겪는 경험이다. 대통령의 자녀라는 화려한 신분을 얻는 것까지는 좋은데 대신 프라이버시를 내주어야 하는 것이 고충이다. 10대 중반에 아버지 존슨 대통령을 따라 백악관 식구가 된 루시 존슨은 “도무지 숨을 곳이라곤 없다”며 갑갑해 했다.

그래서 대통령 부부들은 자녀들이 대중들에게 너무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문제로 항상 고심을 했는데 그중 대표적인 케이스가 클린턴 전대통령부부. 특히 힐러리여사는 미디어가 딸 첼시의 프라이버시를 건드리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들중 자녀들 프라이버시 문제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대통령은 디오도어 루즈벨트. 루즈벨트대통령은 자녀가 6명이나 되었는 데 아이들이 백악관 마루바닥에서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계단 난간을 타고 내리고 해도 그냥 둔 것으로 봐서 상당히 털털한 성격이었던 것 같다. 미디어에 대해서도 까다롭지가 않아서 루즈벨트 자녀들이 가는 데마다 팬들과 기자들이 따라다녔다. 디어도어 주니어가 결혼했을 때는 신혼여행지 까지 기자들이 몰려가 호텔방문을 두드리며 인터뷰 요청을 했을 정도.

부시의 딸들은 첼시만큼 조순한 스타일은 아니라고 한다. 부시 집권동안 얼마나 미디어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될지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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