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극작가들이 파업하는 이유

2001-05-0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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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마이클 메드벳

똑똑한 할리웃 작가들이 왜 손해볼 것이 뻔한 스트라이크를 하려 하는가. 그들이 예정대로 파업을 하고 6월에 영화배우조합이 가세한다면 연예업계는 심각한 손상을 입을지도 모른다.

스트라이크가 성공을 하면 장기적으로 볼 때 스포츠와 쇼가 더 많아지고 시트콤이나 황금시간대 드라마, 주요 영화는 줄어들게 된다. 작가들에게는 그만큼 일거리가 줄어드는 것이다. 만약 방송·영화사들이 스트라이크를 이겨낸다면 파업에 나선 작가들은 더욱 더 힘없는 존재로 보이게 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작가들은 지게 되어 있다. 이렇게 장기적으로 볼 때 전혀 희망 없는 일을 그들은 왜 하려 드는 것일까. 그들의 파업 동기를 이해하려면 할리웃 은막세계에서 그들의 낮은 지위로 인한 끝없는 좌절을 이해해야 한다. 업계의 해묵은 조크가 있다. 금발의 여배우 초년생 중 특별히 멍청한 바보와 보통 바보를 구별하는 법-정말로, 정말로 바보 같은 여배우는 출세할 마음으로 자기가 출연하는 영화의 극작가와 잠을 잔다.


수십년에 걸쳐 시나리오 작가들은 창의성과 직업의식에도 불구, 대중적 존경을 받지 못했다. 영화 감독들은 성공적 영화를 만들고 나면 화려한 유명 인사가 되지만 영화팬 중 시나리오 작가의 얼굴은 고사하고 이름을 아는 사람도 거의 없다. 영화 비평가들조차도 감독의 스타일이나 배우의 연기에 관해서는 줄줄이 꿰지만 영화대본을 만들어낸 사람들의 공적은 대개 무시해 버린다. 시나리오 작가들이 파업을 하겠다는 숨은 의도는 돈이 아니라 이런 상황을 바꿔보겠다는 것이다.

재정적인 면에서 본다면 작가들이 스트라이크로 승리를 거둔다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토론을 끌어내고 그들이 그렇게 바라는 주목을 받는다는 점에서 본다면 그들은 이미 승리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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