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밥 케리가 싸운 전쟁

2001-05-01 (화)
크게 작게

▶ 미국의 시각

▶ 워싱턴 포트스 사설

미국은 베트남 전쟁중 많은 오판을 했다. 그러나 지난 사반세기의 베트남을 보면 미국이 적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월맹과 베트콩은 자유를 위한 전사가 아니었다. 승리를 거두자마자 그들은 자신들의 적에 대한 재교육을 잔혹하게 펼쳤고, 자국민들에게 정치적, 종교적, 그리고 (아주 최근까지) 경제적 자유를 허용하지 않았다. 미국이 잘못 판단한 것이 있다면 베트남 공산주의자들이 민족주의자와 반식민주의 정서 지지에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미군은 베트남 민간인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초래한 전략들을 채택하게 되었다. 그것이 미국의 개입에 대한 반감을 더욱 불붙게 했다.

이 모두는 뉴스가 아니다. 하지만 베트남 전쟁이 다시 뉴스가 되고 있다. 뉴욕의 한 대학 총장인 밥 케리 전 상원의원이 개입된 한 심야전투에 관해 뉴욕타임스 매거진이 보도를 했기 때문이다. 1969년 전투에서 25세의 해군 장교였던 그는 해군 특수부대원 몇 명을 인솔, 결과적으로 10여명의 부녀자와 아이들을 사살했다. 케리는 양민이 사살되었다는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케리가 인솔한 팀이 부녀자와 아이들을 모아놓고 의도적으로 학살했다고 주장하는 당시 대원중 한 사람의 의도를 그는 의심하고 있다.

케리에 따르면 양민 사살은 적들이 민간인 복장을 하고 민간인들 틈에 숨는 것이 예사였던 그 전쟁의 성격과 혼돈, 어둠의 결과였다. 케리의 주장을 다른 대원들은 지지하고 있다. 반면 케리 비난 대원을 뒷받침하는 것은 한 베트남 여성의 회상이다.


이 사태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베트남 전쟁은 더러운 전쟁이었고, 모두가 그랬으니 이젠 다 과거로 돌리자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대부분 미군 병사들은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타겟으로 삼지 않았다. 전쟁범죄는 불가피한 것이라고 변명을 한다면 이 또한 참전용사들에게는 못할 짓을 하는 것이 될 것이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전쟁의 규칙을 지키고 비전투 요원들을 존중하라고 주장한다면 그 자신도 엄밀한 조사를 면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국가가 스스로의 역사를 지속적으로 재점검해야 하는 것과 한 시민이 그러한 철저한 조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전쟁의 기억들은 주관적이고 신빙성이 없기로 악명이 높다. 전투 바로 다음날 그러하다면 32년 후에는 오죽할 것인가. 역사적 기록이란 절대 수립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존중받아야할 것은 특수 부대원 한 사람의 주장이 아니라 문제의 전투에 대한 케리와 다른 모든 대원들의 주장이라고 본다.

우리가 보기에 지금 시점에서 케리에게 가장 준엄한 재판관은 그 자신으로 보인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