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경없는 공금남용

2001-05-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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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보통신부가 명예 퇴직한 직원들에게 출장 명목으로 부부동반 위로여행을 보내준 사실이 얼마전 매스컴 보도로 밝혀져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정통부는 지난해 명퇴한 151명의 직원에게 1박2일~5박6일 일정으로 경주, 제주등 관광지로 위로출장을 보내는데 3,803만원의 예산을 지출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국가 경제사정도 어려운 마당에 명분도 없는 일에 적잖은 국민 혈세를 낭비한 셈이다.

한국 공직자들이 공금 무서워할 줄 모른다는 것은 비단 어제오늘 알려진 사실이 아니다. 국회의원, 지방의회 의원 등이 산업시찰 명목으로 단체여행을 와서는 관광에 카지노 도박까지 하고 다니는 추태는 미국에서도 흔히 목격되고 있다.

그러나 공금으로 흥청망청 즐기는데 있어서는 미국의 공직자들도 결코 뒤지지 않는 것 같다. LA타임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남가주 지역 수도국 이사들의 공금남용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우리말로는 수도국이라고 표현하지만 LA시를 제외한 대부분 남가주 도시들의 경우는 수도국이 별개의 지방자치 단체다. 수도국의 주요 정책 결정은 선거로 뽑은 이사들이 담당하는데 주 1회~월 1회 열리는 회의에만 참가하는 파트타임 직책이지만 예산규모가 방대하기 때문에 이 명목 저 명목으로 이사들에게 돌아가는 베니핏이 보통 수준이 아니다. 남가주 80여개 수도국들은 이사들에게 회의 참가시 1회 160~300달러의 참가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1년에 2만달러 이상의 회의 참가비를 타낸 이사도 있다.


LA카운티 남동부 지역을 관장하는 센트럴 베이슨 수도국 앨버트 로블레스 이사가 대표적인 케이스. 지난 2년 사이 연기, 웅변, 비행 등 강의 수강료 1만5,700달러를 수도국에서 타냈고 장학금 모금만찬, 조찬기도회 등에 참석할 때마다 200달러씩 참가비를 받았으며 코스타리카나 스페인에서 열린 세미나 출장비까지 받았다. 재정상담가로 일하면서 수도국 이사 외에 사우스게이트시 재무관 직책도 갖고 있는 로블레스는 그밖에도 월 300달러의 차량 유지비, 건강 및 치과보험 혜택에 생명보험까지 제공받고 있는데 뻔뻔스럽게도 "많은 시간을 공무에 뺏기고 있는 만큼 이 정도 베니핏을 받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이 수도국에서는 최근 말썽이 나기 전까지 이사들에게 수도국 명의의 크레딧카드를 발급해 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센트럴 베이슨 수도국의 자매기구인 웨스트 베이슨 수도국도 공금남용 수준에 있어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홍콩 출신 캐롤 콴 이사는 베벌리힐스의 일류 강사로부터 40시간의 스피치 개인지도를 받는데 5,040달러의 공금을 썼다. 타이론 스미스 이사는 99년 6월~2000년 7월의 1년 사이 19차례의 세미나 참가비로 3만3,848달러를 받았는데 그 중에는 전국 흑인 로컬공직자대회, 전국 흑인정치연합등 수도국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 포함돼 있었다. 공금남용에는 국경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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