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증시, 예측투자는 금물

2001-04-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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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태기(경제부 차장)

요즘 나스닥 기술주들의 면면을 보면 비참하다. 한때 각광을 받았던 BtoB 소프트웨어 생산업체로 주당 100달러를 오르내리던 ‘아리바’(심벌:ARBA)는 현재 주당 6달러 수준을 맴돌고 있다. 손바닥 크기의 소형 컴퓨터 생산회사 ‘팜’(PALM)의 주가는 몇 개월 전만 해도 50달러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7달러선을 왔다갔다하고 있다.

불과 한달 전 30~40달러하던 주식들이 ‘페니’ 수준으로 하락한 종목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계속 버티는 종목들이 이상할 정도이다.

이같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주가가 내려가면서 투자가들은 그동안 돈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빚을 내어서라도 사고 싶은 유혹을 받게 된다. 바닥에서 사면 주식 시장만 회복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상식적인 계산이 앞서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주가에 ‘바닥’이 없어 유혹을 이기지 못하면 돈을 잃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바닥이다’ ‘바닥 아니다’ ‘장이 좋을 것이다’ ‘나쁠 것이다’등 주식 시장을 ‘예측’ 하고 투자하면 돈을 잃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증권계에 오래 몸담아 온 펀드매니저나 증권 브로커들도 마찬가지이다. 주식의 흐름을 잘 알고 있다는 생각으로 한꺼번에 많은 돈을 투자해 일반 투자가들보다 더 많은 돈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지난주 금리를 전격 인하한 후 이제는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난주 주식을 구입한 상당수의 투자가들은 이번 주 후회하는 꼴이 되고 있다.

상당수 월가 전문가들은 현재 뉴욕증시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등락을 거듭하는 불안정한 장세가 계속되다. 경제가 호전되지 않고, 기업수익이 나쁘고, 실업자수가 증가하면 증시는 더 바빠질 수 있다.

반면 2·4분기부터 경제가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면서 기업수익도 회복되는 조짐이 나타나면 주가가 크게 반등해 주식 투자가들의 염원인 ‘불 마켓’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미 경제가 어느 방향으로 치달을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힘들다. 예컨대 많은 전문가들이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니까 투자 액수를 계속 늘려나가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모험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증시를 단기적으로 예측해서 돈을 투자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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