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종 화합은 밑에서부터

2001-04-28 (토)
크게 작게

▶ 4.29 세미나 지상중계

▶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LA 시장 후보)

우리가 4·29를 통해 배운 것은 인종 화합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희망만 가지고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폭동이 난 지 9년이 흘렀지만 사우스 센트럴을 비롯한 빈민지역 주민들의 주거 환경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애프터 스쿨 프로그램이 없어 청소년들이 길거리를 쏘다니는가 하면 쓰레기가 버려져 있어도 수거해 가지도 않는다.

한인과 흑인, 흑인과 라티노 커뮤니티 지도자들 사이에 인종 화합을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로 끝났다. 말만 앞섰지 행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한인과 흑인, 흑인과 라티노가 가까워지려면 구호를 외치기 보다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합치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폭동 발발 당시 LA시가 내려다보이는 대저 스태디엄 북쪽 워싱턴 하이츠에 살고 있었다. LA시 곳곳이 불길이 휩싸이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그보다 나를 감동시킨 것은 화마가 휩쓸고 간 현장을 흑인 백인 가릴 것 없이 자원 봉사자들이 나와 치우고 있는 장면이었다. 여러 인종간의 다리를 놓는 작업은 몇몇 지도자가 아니라 이처럼 개개인이 이뤄내는 것이다.

문신을 한 갱 단원이나 임신을 한 10대 소녀 문제는 어느 특정 동네나 커뮤니티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다. LA는 지금 미국에서 과밀학급 현상이 가장 심한 곳이다. 50만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코리아타운 일대에 단 하나의 노인센터도 없다.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개선하지 않고는 앞으로도 폭동이 재발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이번 세미나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작은 불꽃이 되었으면 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