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울려 사는 그림 그려야

2001-04-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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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9 세미나 지상 중계

▶ 민영순(UC어바인 교수, 한미박물관 이사)

미주 한인들 가운데 4.29의 쓰라린 기억을 쉽게 잊을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나의 경우는 특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바로 4월29일이 내 생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4.29폭동이 발생했을 때 나는 뉴욕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바로 그 날 밤에는 메인주에 있었지만 TV화면을 통해 본 당시의 충격은 9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나는 7세 때 도미해 북가주에서 자란 1.5세이기 때문에 4.29에 대한 나의 의견은 다른 한인들의 의견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많다. 4.29는 코리안 아메리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4.29를 단순한 비극으로 치부해 버리면 안 된다. 그 날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다른 민족 커뮤니티와 좀 더 나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4.29를 돌아봄으로써 인종화합의 방법을 배우자는 말이다. 우리는 결코 4.29의 기억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

그러나 4.29 9주년이 되도록 4.29 이전에 우리가 안고 있던 문제점들을 대부분 해결하지 못한 채 그대로 갖고 있다. 한인들은 미국 내, 특히 이곳 LA에 매우 활기 넘치는 코리아타운을 이루고 있다. 우리가 이룬 업적에 대해서 긍지를 느끼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한인들은 아직도 다문화 미국사회 속에서 빈번한 오해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다문화 사회에서는 관습이 다른 타민족들간에 오해의 소지가 상존하게 마련이다. 라티노사회, 흑인사회, 백인사회 모두들 오해를 안고 살아간다. 오해를 그대로 방치하면 결국은 제2, 제3의 4.29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여러 민족이 상호이해 속에 어울려 사는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하나하나 블록을 건설해 나가야만 한다.

한인사회는 미국 속에서 단독으로 살아갈 수 있는 커뮤니티가 못 된다. 우리의 정치적 위상을 헤아리고 그에 맞는 생활을 영위해 나가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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