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소년 보호 커뮤니티 책임이다

2001-04-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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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한인 청소년들이 또 어이없는 죽음을 당했다. 지난 20일 LA 한인타운과 LA 동부의 로랜하이츠에서 두 명의 한인 청소년이 몇 시간 간격으로 각각 총격살해 되었다. LA의 PC방 앞에서는 17세 소년이 엉뚱한 사람으로 오인되어서, 로랜하이츠에서는 역시 17세 소년이 타민족 갱들과 언쟁 끝에 총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경우 모두 생을 마감하기에는 너무도 어처구니없는 이유들이다.

LA 총격사건과 관련해서는 현재까지 3명의 한인 청소년들이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삶을 채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는 것이나, 철없는 나이에 저지른 잘못으로 창창한 미래를 잃어버리는 것 모두가 비극이다. 10대 자녀를 둔 부모들로서는 가슴 철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소년들이 있어야 할 곳에 있지 않고 거리를 떠도는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한인타운에 가보면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한인 청소년들을 볼 수 있다. 유흥업소가 밀집한 한인타운에 청소년들이 모여든다는 것 자체가 불안한 일이다. 게임룸, PC방이 문제가 아니다. 업소들이 심야영업을 하고 청소년들이 상주하다 보니 마약장사가 끼여들고 갱들이 출몰해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이번과 같은 사고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를 정도로 위험 요소는 산재해 있다.

청소년이 잘못되면 우선적 책임은 가정에 있다. 부모 없는 가정이 문제다. 이민 초기 생계가 급박한 경우를 포함, ‘물질적 풍요’는 대부분의 한인 가정에서 이민생활의 최우선 목표가 되고 있다. 자녀와 시간을 함께 하는 것보다 자녀에게 좋은 자동차, 넉넉한 용돈 제공하는 것을 부모의 역할로 여기는 오류가 범해지고 있다. 결과는 하루종일 부모 얼굴을 못보고 자라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와의 긴밀한 관계가 존재의 뿌리가 된다. 그런 뿌리 없이 자란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면서 밖으로 나돌아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한 업소들의 무책임 또한 문제다. 학교 수업시간, 청소년 통행금지 시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을 받아주는 PC방, 노래방, 당구장, 뻔히 미성년자인 줄 알면서도 들여 보내주는 나이트클럽 등 한인타운은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비처럼 탈선 청소년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우리의 가치관이 너무 물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돈 때문에 가정에서 부모가 실종되고, 돈 때문에 업주들은 청소년들의 탈선을 눈감는다. 망가지고 비뚤어진 아이들이 남의 아이들이 아니다. 우리 한인사회의 아이들이다. 커뮤니티가 한인 청소년들을 우리 모두의 아이로 보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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