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집중력 있어야 성공한다

2001-04-27 (금)
크게 작게

▶ 허병렬 (교육가)

‘한 때에 한 가지 일만 하자’ 전에는 이렇게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런데 이 시대에는 맞지 않는 말인가 하고 생각할 때가 있다. 흔히 헤드폰을 끼고 책을 읽거나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몇 가지 일을 동시에 하지 않으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일이라면 한 가지만 생각하기에도 에너지가 부족하다. 한 가지 일을 끝내기 전에 다른 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잠깐의 기다림도 참지 못하는 습관이 길러진다면 해결하지 못할 일들이 허다하다. 요즘 어린이들이 1초의 시간을 다투면서 스피디하게 바뀌는 각종 텔레비전 광고에 익숙한 탓인지 속도가 느린 현상에는 흥미를 느끼지 않고 변화를 요구한다. 그들은 느린 것들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이솝의 우화 ‘토끼와 거북’을 잊어버린 것 같다.

학교에서 다루기 어려운 일은 교과 진도가 처지는 학생들이 아니다. 교실 분위기를 흐려놓고 다른 친구들과 교사의 시간을 빼앗는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은 학습에 관계없이 주위의 친구들에게 제멋대로 장난을 한다. 자기 자신의 주의가 집중되지 않으니까 다른 학생의 주의까지 흩어지게 하는 것이다. 혼자 놀기는 심심하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일 것이다.


이런 학생일수록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모양이다. 이 일 저 일 손만 대다 만다. 한 가지 일을 끝내고 다른 일을 하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일을 펼쳐놓고 끝마무리를 못한다. 한 가지 일을 끝내려면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데 그 힘이 없다. 그래서 이런 체험에서 느끼게 되는 값진 기쁨을 알게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로 해야 하는 일을 하고, 다음에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차례를 정하는 훈련을 쌓아야 한다.

본인의 노력과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차츰 주의 집중 상태가 좋아지면 그것을 인정하고 격려하는 일은 어른들의 몫이다. 어린이들을 다룰 때 ‘당근과 채찍’을 알맞게 써야 한다지만 당근이 많은 편이 효과적인 줄 안다. 인정과 칭찬은 어린이들이 바람직한 성장을 하게 돕는 윤활유이다.

그런가 하면 한 쪽에는 수동적인 말없는 학생들이 있다. 학습에 적극 참가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듯 조용하게 자리를 지키는 것이다. 교사가 다루기는 편할 지 모르지만 바람직한 학습 태도는 아니다. 그들 자신의 참가 의욕 결여는 학습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며, 다른 친구들을 돕는 일이 아니다. 그가 전체 학습에 공헌하는 정도를 헤아리는 일도 중요하다. 학생들은 상호간의 활발한 의견 교환으로 학습 효과를 확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추천서에는 학급에서의 공헌도를 묻기도 한다. 학생 자신에게 주의 집중력이 있는 것이 중요하지만 학급을 위해 무엇인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 역시 성장과정에서 길러져야 한다.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고 이에 만족할 일이 아니다.

학생들은 각자 텔레비전 시청 시간을 조절해야 할 것 같다. 부모와 자녀가 프로그램을 선별하여 시청시간을 정하는 것이 좋겠다. 이와 같은 방법이 시간을 유효하게 활용하고 오락을 즐기는 생활 태도이다. 또한 게임을 선택할 때도 연령, 취미 등을 고려하여서 조용히 생각하며 풀어야 하는 것을 가지고 놀게 하면 좋을 것 같다. 복잡한 퍼즐도 있고, 읽고 나서 답을 맞추는 수수께끼 종류도 다양하다.

요즘 어린이들은 주의가 흩어지기 쉬운 온갖 유혹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 가끔은 조용히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 기회를 마련하여서 침착성과 인내성을 길러주고 싶다. 우리들의 삶은 텔레비전으로 보는 것 같이 환상적인가. 장난치며 살기에 적당한 하나의 게임인가. 우리들의 삶은 온갖 요소가 담긴 엄숙한 현실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