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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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엇갈린 대화

2001-04-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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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포먼 <샌프란시스코주립대 교수>

미국 비행기가 중국 영공을 침범하였다는 문제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 위기를 가져온 최근 사건을 보면서 동양과 서양의 차이점을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두 나라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면서 저절로 질문이 나온다. 왜 대화가 엇갈리기만 하는 것일까? 유럽 사람과 아시아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본질적으로 다르기에 대화가 이처럼 어려운 것인가? 서양적인 사고와 동양적인 사고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일까? 나는 마지막 질문에 "그렇다. 사고방식이 다르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서양적인 사고의 근원이 고대 그리스라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가 서양문명의 근원이었다는 것을 처음 배웠을 때다. "고대 그리스가 존재하기 전에 세계가 동양이었습니까?"하고 서양사 교수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교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그렇다. 동서양으로 나누기 전의 세계를 동양이라고 할 수 있다"라는 대답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였던 것을 기억한다. 그 후 여행을 하면서 서양적인 사고가 자연스러운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의 논리적인 사고는 서양문화의 소산이며 교육의 영향이었기에 되려 전통적인 문화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전통문화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사고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서양에 사는 우리들이 우리식대로 생각하는 방법을 바꾼 것이다.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떠나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르친 세 사람의 그리스 철학자가 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다. 한동안 플라톤적인 사고가 서양철학의 주도권을 잡아오다가, 지난 800년 동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고가 서양문명에 힘을 발휘하고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어찌 몇 줄의 글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마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무엇이 인생에서 추종할 만한 가장 고귀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하자. ‘진실’(Truth)이라고 그는 대답하였을 것이다. 서양문명의 발달은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논리적인 사고, 시스템, 과학, 컴퓨터와 같은 ‘사실’을 입증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서양사람들이 사람보다는 아이디어와 사실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향도 진리를 추구하는 기본적인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하겠다.


서양사상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았다면 동양사상은 공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하겠다. 공자는 사람들과의 관계와 밸런스를 진리로 가르쳤다. 진실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모를 공경하는 것, 왕을 섬기는 것, 이웃과의 관계, 형제간의 우애 등 인간관계를 중요시하였다. 유교 철학을 몇 줄의 글로 설명할 수 있을까마는, 공자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하고 질문하였다 하자.‘관계’(Relationship)라고 그는 대답하였을 것이다. 인간관계의 하모니를 지키기 위해 예법이 나왔고 덕을 추구하는 관습이 유교에서 나왔다. 개념이나 아이디어보다는 관계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진리를 추구하였다.

미국 비행기가 중국 항공로를 침범하여 미군 조종사들이 중국 땅에 착륙하였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아리스토텔레스의 후손들이 제일 먼저 알고자 하였던 것은 ‘진실’(Truth)이었다. "진상이 무엇인가? 왜? 사실이 무엇인가? 우리 비행기를 돌려 주라" 공자의 후손들이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은 ‘관계’(Relationship)였다. "사과부터 먼저 하라. 그러면 대화를 하겠다. 당신들의 비행기가 우리측 조종사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가 있느냐?"

개인적 차원이나 국가적인 차원이나 동서양간의 사고 차이는 별로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관계’를 중요시하는 유교적인 아내와 사실을 따지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사고를 하는 나는 대화가 엇갈리어 갈등이 많았다. 언제부터인가 아내와 갈등이 일어났을 때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먼저 그녀에게 사과를 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관계 회복을 한 후에야 사실을 알기 위한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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