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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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지 않아도 좋은 아이는 없다

2001-04-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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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존 화이트헤드 (LA타임스 기고)

하버드 대학의 계간 경제저널 다음 호에 "낙태 합법화 이후 범죄가 줄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실릴 예정이다. 스탠포드대 존 도나휴3세와 시카고 대학의 스티븐 레빗 교수가 공동으로 행한 이 연구는 18년전 연방대법원의 낙태합법 판결이 미친 사회적 영향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그동안에도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계속돼 왔지만 중요한 것은 학문적인 진실여부에 있지 않고 이같은 발표가 우리 실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가에 있다. 또한 법규 자체보다는 우리들이 마음 속에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예를 들면 금주령 당시 한 방울의 알콜 섭취도 불법이었지만 국민들의 마음은 여기에 공감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 금주법은 폐지되고 말았다.

이번 연구 결과를 보고 낙태는 헌법상 인정된 권리일 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좀더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면 비극이다. 이 연구는 낙태로 인해 우리 사회가 잃는 부분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했다. 얼마나 많은 천재와 얼마나 많은 신동이 낙태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한 채 사라져가는가를 말이다.


도나휴-레빗 교수 연구는 "가정환경이 열악하면 범죄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을 토대로 행해졌다. 그러나 20세기의 위대한 인물중 상당히 많은 수가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낙태는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못 태어나게 했을 뿐 아니라 인류에게 건설적 혜택을 줄 수 있는 사람들도 못 태어나게 하는데 이바지했다.

지난 세기 가장 위대한 음악인중 하나인 존 레논도 열악한 가정환경 속에서 성장했다. 세기의 코미디언 찰리 채플린은 고아원에서 자랐고 재즈의 황제 루이 암스트롱, 극작가 유진 오닐, 영화배우 제임스 딘과 오드리 헵번 등은 모두 결손가정에서 자란 인물들이다. 그리고 컨트리 가수 멀 해거드, 코미디언 팀 알렌 등은 전과 경력까지 갖고 있다.

이런 훌륭한 인물들을 미래의 범죄인 탄생을 방지하기 위해 낙태시켰어야 옳다는 것인가. 클린턴 전 대통령의 예를 들어보자. 클린턴은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를 잃고 계부 슬하에서 학대받으며 자랐다. 어려운 당시의 형편을 생각했더라면 클린턴의 어머니는 뱃속의 클린턴을 낙태시켰어야 옳았을 것이다.

위에 열거한 사람들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이 더 좋았을까. 물론 아니다. 이들은 우리 인류의 문화를 다채롭게 만들어준 사람들이다. 이들은 범죄에 물들 가능성이 높은 태아는 낙태시키는 것이 좋다는 결론이 내려졌더라면 이 세상 빛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연구조사 발표에서 고무적인 것도 하나 있다. 공동저자인 스티븐 레빗이 이 연구 결과를 접하고 낙태에 대한 반대의견을 굳혔다는 사실이다. 레빗 교수는 범죄의 방지는 낙태의 장려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과 복지의 향상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믿게 됐다고 밝혔다.
돌볼 사람이 없는 아이를 태어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상책이 아니라 모든 어린이에게 돌볼 사람을 마련해 주는 것이 상책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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