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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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은 ‘보약’이다

2001-04-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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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영 (뉴욕지사 논설위원)

어떤 사람이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서서 3번씩 웃는다고 한다. 자신의 표정 관리를 위해서 란다. 요즘같이 힘든 세상에 사실 좋은 인상을 갖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대로 가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상은 단지 자기가 생각하고 살아 온대로 되는 것이다.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유명한 일화 중에 "사람은 누구나 40세에 도달하면 자기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이 것은 한마디로 나이가 들어서 인상이 어둡거나 험상궂어 보이면 생을 제대로 살아오지 못한 것이고 인상이 후덕하고 부드러워 보이면 그런 대로 생을 잘 살아왔음을 말함이다. 성격이 유하거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면서 살다보면 자연히 모습이 밝아져 누가 보더라도 좋아 보이게 마련이고 반대로 나쁜 행동이나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이 일그러져 남의 눈에 좋게 보일 리가 없는 것이다. 인간의 나이에서 40세란 의미는 사실상 학교기간을 공제하면 거의 20년에 불과한데 엄밀히 따지자면 그 기간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하는 생의 내력은 자연히 얼굴에 살아온 대로 배게 돼 있다.

그러니까 남의 비위만을 꺼내거나 흠집만을 들추는 사람은 자동적으로 인상이나 말투 건 매사가 꼬집고 뜯는 쪽으로 바뀌게 된다. 수사관이나 경찰직에 있던 사람들을 보더라도 은퇴 후 직업상 몸에 밴 말투와 행동이 속일 수 없게 티가 나 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대로 모두가 얼굴에 배게 마련이다. 맹자 어머니가 세 번씩 아들을 위해 집을 옮겨 결국 맹자가 훗날 훌륭한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은 서당에서 보고들은 모든 것이 습관화된다는 것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의 표정이나 인상도 안 읽은 사람과는 크게 차이가 난다. 이는 건강에도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쳐 요즘 한국에는 웃음 예찬론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정치 또는 사업전선에서도 보면 인상 하나 때문에 성공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어떤 기업에서는 사원을 채용할 때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인상이 나쁘면 인터뷰에서 떨어뜨린다고 한다. 정치적으로도 부드럽고 미소 띤 얼굴이 어떠한 결과를 낳는가는 이미 역사적으로도 알려진 사실이다. 60년대 미 대통령 선거전에서 항상 미소를 잃지 않은 케네디가 무거운 표정의 닉슨을 압도한 일화는 유명하다.

이 때부터 케네디의 미소는 스마일 파워로 불려지며 정치적 힘을 발휘, 미소짓는 사람의 성공 확률이 그 만큼 높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스마일 운동가들의 웃음이 심리적 안정뿐만 아니라 인체의 면역력과 경쟁력을 높여주어 언제 어디서건 돈 안들이고 쉽게 얻을 수 있는 보약과 같은 것이라 주장한다. 결국 자기가 닦은 인상과 표정, 행동에 따라 인생이 결정되고 가는 행보가 정해진다고 할 수 있다.

좋은 얼굴과 밝은 생각을 하게 되면 자연히 좋은 일이 따르게 되고 우울하고 좋지 못한 생강을 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일이 잘 안 풀리고 꼬이게 마련이다. 인인성사(人因成事)란 말과 같이 세상의 모든 일이 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지고 형성되기 때문이다. 인상이 좋은 사람이 찾아와 도와 달라거나, 무슨 일을 부탁하게 되면 자연히 도와주고 싶고, 좋지 못한 사람이 도움을 청해오면 거절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다.

하루 세 번씩 자신이 한 일을 반성하라는 의미의 ‘일일 삼성(日日三省)’이란 말이 있다. 사람이 잘못된 걸 반성하지 않고 서는 결코 옳게 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즉, 반성을 거듭하면 얼마든지 좋은 인상을 가질 수가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거울을 보고 웃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보다 밝은 생을 살아보려고 하는 의지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돈 안 드는 보약인 웃음을 왜 아껴야 하는가. 헤프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종종 실컷 웃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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