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용 있는 사람이 성공한다

2001-04-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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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윤 (수필가)

얼마 전에 만난 K씨는 표정이 매우 밝았다. 건강하고 밝은 웃음은 주위 사람들까지 즐겁게 한다. 그의 표정이 그토록 밝은 데는 까닭이 있다. 한 때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재기에 성공, 이번 기회에 좋은 건물을 하나 구입하여 회사를 확장 이전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기 때문이다.

주위 사람들은 갈수록 경쟁이 심해져 걱정을 하지만 K씨는 잘 나가는 주류사회 대기업 일을 하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 그의 가장 큰 거래처는 디즈니랜드다. 디즈니랜드 일을 하게 된 사연은 작은 신용을 지키면서부터다. 그는 20여년 전, 옐로우 페이지에 조그만 광고를 하나 냈다. 제임스라는 백인 남자가 전화를 걸어 와 자기 집 서재 내부 페인트칠을 해 달라는 것이었다. K씨는 250달러를 받기로 하고 천장의 파손 부위를 고친 다음 페인트칠을 해 주기로 했는데 막상 일을 시작해 보니 천장 파손 부분이 받은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 할 만큼 예상보다 큰 일이었다.

하지만 K씨는 곧 자신의 경험 부족임을 깨닫고 실수를 인정한 다음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말없이 깨끗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곁에서 지켜보고 있던 제임스씨는 K씨의 성실함과 정직함에 고마워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K씨는 제임스씨로부터 다시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K씨의 성실한 모습이 인상 깊어 이번에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디즈니사 공사 하나를 맡아서 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성실히 했다. 그 일이 끝난 후 제임스씨는 K씨를 정직한 코리안, 약속 잘 지키는 사람이라는 K씨에 대한 캐릭터 하나만 믿고 계속해서 공사를 주었다. 그렇게 몇 년간 디즈니사의 공사를 하다보니 어느새 규모도 커지고 탄탄한 회사가 되었다.

그때 K씨는 다른 계기가 있어 제임스씨에게 그 동안 고마웠다는 인사를 남기고 조지아주로 갔다 수년만에 빈손으로 다시 LA로 돌아 왔다. 절망 속에서 지내던 어느 날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제임스를 찾아갔다. 제임스는 K씨가 조지아에 갔다가 실패했고 이곳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 변함 없이 반가워했다. 다시 일을 주었다. 그 동안 승진을 거듭하여 처음 만났을 당시 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었다. 예전보다 더 큰 공사가 돌아 왔다. 제임스 밑에서 일하던 사람이 다른 회사로 옮겨 그도 K씨에게 일감을 주었다. 일감이 넘쳤다.

이제는 확실하게 쌓은 신용 하나로 급한 일은 까다로운 견적을 생략하고 일을 먼저 해준 다음 적당한 액수를 청구하기도 했다. 특별한 신용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무리한 금액에 일을 하지 않아도 돼 현장이나 사무실 직원 모두에게 비교적 후하게 대하고 가족처럼 챙겨주니 직원들은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고 사고율도 적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성공한 사람에게는 반드시 성공한 이유가 있다. 실패한 사람에게 실패한 이유가 있듯이….

어느 날, 어떤 사람이 찾아와 프리미엄을 두둑이 줄 테니 회사를 넘기라고 했다. 그러나 K씨는 회사를 팔지 않았다. 제임스씨가 K씨에게 일을 주는 것은 다른 회사에 일을 시킬 곳이 없어서가 아니라 K씨가 쌓은 신용이 신뢰의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회사를 넘겨준다 하더라도 새 주인이 그만한 신용을 쌓지 못하면 얼마 못 가서 거래가 중단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사는 신용이다. 언젠가 5 달러 짜리 바지 한 장을 팔고 세탁을 했더니 한쪽 길이가 짧아졌다고 바꾸러 온 손님에게 세탁한 옷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스토어 규정만 내 세우고 손님과 싸우다가 화가 난 손님이 소송을 하는 바람에 변호사 비용으로 2,000 달러가 들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분을 보았다. 가끔 한인타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업주와 손님과의 다툼은 업주의 불친절에서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것은 주류사회를 상대로 하든 한인을 상대로 하든 다를 것이 없다. 고객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매출을 증대시키는 세 가지 중요한 요인 가운데 ▲제품력은 하루아침에 기상 천외한 것이 탄생할 수가 없고 ▲시장상황이란 경기의 흐름을 따라 변하는 것이지 어떤 개인이 마음대로 조작 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내가 노력하면 가능한 판매력 증진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신용이 승부수 역할을 한다.

우리는 롱 텀 비즈니스(long term business)를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말 그대로 비즈니스는 멀리 보고 해야한다는 말이다. 좋은 품질을 저렴하게 팔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양질의 서비스, 그것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신용이다. 롱 텀 비즈니스의 생명이 바로 신용인 것이다. 광고만 보고 찾아갔다가는 실망하기 십상이고, 불친절과 속임수가 상존하고 있는 한인타운 비즈니스들. 지금하고 있는 비즈니스가 더 잘되기를 바란다면 K씨의 경우를 가슴에 새겨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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