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형장면 공개하는 야만

2001-04-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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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노라 빈센트

우리는 야만 국가다.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척하지만 화려한 법복을 벗기고 보면 우리는 식인종에 불과하다.

존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은 오클라호마시티 폭파사건 생존자나 사상자 가족이 폐쇄회로 TV를 통해 티모시 맥베이 사형집행 장면을 보도록 허용한다는 발표를 했다. 생존자와 피해자 가족들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법무부가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우리 마음 속에서 스스로 형집행자가 되고픈 필요를 기꺼이 채워주겠다니 애시크로프는 대단한 기독교이다. 정말 아이로니인 것은 자녀들이 TV에서 보는 폭력장면에 그렇게도 신경을 쓰는 부모들이 TV로 살인 실황을 본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프로를 특별배달해주는 것이 다름 아닌 법무부이다. 이런 것이 동정적 보수주의란 말인가.


아니면 이런 것이 궁극적 리얼리티 TV인가. 그렇다면 왜 컬럼바인 스타일 학교 총격사건들이 국가적 스포츠가 되고 있는 지 궁금해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것을 할리웃 탓으로 돌린다. 총기 로비 탓으로도 돌린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책임 회피일 뿐이다. 우리 아이들이 비뚤어지는 것은 우리 자신이 보인 표본의 열매이다.

내포된 메시지는 분명하다. 오클라호마 시티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벌어진 일처럼 누군가가 당신의 인생을 망치고 당신이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을 가져가 버린다면 당신은 그 사람을 죽일 자격이 있을 뿐 아니라 죽이는 장면을 미디아 이벤트처럼 대중적 볼거리로 만들 자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왜곡된 피해자 옹호문화의 극치이다. 피해자라는 이유로, 상실의 고통을 당했다는 이유로 오클라호마 시티 생존자와 가족들은 형집행 시청을 신성한 권리로 여기지만 그것은 우리가 국가적으로 부끄러워해야할 야만적인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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