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협은 선교기관이다

2001-04-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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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근 <남가주 기독교 교회협의회 회장>

남가주 기독교 교회협의회(교협) 회장에 추대된 지 석 달이 되었다. 이 기간이 얼마나 긴 세월이었는지 모른다. 많은 비판들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시끄러우냐, 교협을 폭파시켜 버려라, 부활주일헌금을 나누어 먹는다는 게 웬 말이냐, 선비목사가 구정물에 들어가서 옷 버리고 있다, 영웅주의 좋아한다, 정치장로들에게 끌려 다니지 말라, 임원 가운데 왜 장로가 별로 없느냐, 주도권 쟁탈전 그만 해라, 정치꾼들이나 하는 밀실합의가 무슨 말이냐, 회의는 왜 식당이나 호텔에서 하느냐, 회칙개정 불법이다, 허수아비 노릇 그만해라,
부활주일예배를 갈라서 드린다면 실력으로 저지하겠다, 회관 짓는다고 해서 헌금했던 돈 돌려달라, 화해주의라는 이름 아래 불의와 타협하고 있다...."

이런 비판들을 정리해 보니 50가지가 넘었다. 마치 교협은 지옥 가운데도 상지옥같은 인상이다.


우선 여러 비판을 감사히 받아들이며 교협을 더욱더 깨끗하게 이끌어 가도록 채찍질을 아끼지 않겠다. 그래도 몇 가지 오해는 풀어야겠다. 먼저 개신교회는 시끄러운 것이 특징이라는 말씀을 드리고싶다. "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죽음의 본능"보다는 "시끄럽게 떠들며 활동하는 삶의 본능"이 개신교회에는 훨씬 강하다. 개신교회를 뜻하는 프로테스탄트는 데모쟁이라는 뜻 아닌가? 영국의 민주주의를 생산해낸 공장이 바로 개신교회이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시끄러운 만큼 교협도 시끄럽다. 서울은 금방 망할 듯이 시끄럽고 평양은 쥐 죽은 듯 조용하다는 것을 잘 알지 않는가?

개신교회는 자유시장체제의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남대문시장이 떠들썩한 만큼 떠들썩하다. 그러나 이 시끄러움이 바로 개신교회가 역사를 움직여 가는 원동력이다. 세상에 시체보다 조용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둘째로, 교협을 정치기관으로 오해하고 있다. 그래서 연합기관에서 활동하면 정치목사이고 개체교회 목회에만 전념해야 선한 목자라고 평가받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잘못된 편견이다. 개체 교회 목회만 하려는 태도는 "교회이기주의"일 뿐이다. 그리고 교협을 포함한 모든 연합기관은 선교기관이다. 개체교회가 못하는 일 가령 이단퇴치, 대형집회, 100주년기념사업 같은 일이 맡겨져 있다. 그래서 나는 유니온교회에서 교협에 1년간 파송된 선교사로 된 것으로 알고 헌신하고 있다. 동시에 교회지도자들과 모든 성도들이 개체교회 이기주의라는 근시안적 목회관을 긴급히 수술하기를 기도한다.

셋째로, 남가주교협이 왜 필요하냐는 분들이 있다. 그 문제가 지난 3월 각 지역협의회장 모임에서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상당시간 논의 끝에 남가주 지역이 1일 생활권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교협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데 모두 합의했다. 다만 각 지역협의회도 회원단체로 포함시키도록 보완하자고 했다.

마지막으로, 비판에 앞서 정확한 사실파악이 있어야 한다. 가령 부활주일 연합예배 헌금 "나누어 먹기"는 합의한 일도 그런 말 꺼낸 일도 없다. 다만 선교기관과 불우기관에 "나누어 주기로" 했던 것이 <나누어 먹기>로 둔갑이 되었을 뿐이다. 정말 우리들 가운데, "알기 전에 판결하는"(요7:51) 편견자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처럼 불확실한 사실을 가지고 목회자들의 명예를 마구잡이로 훼손시키는 악습도 고쳐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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