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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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한 LA 셰리프

2001-04-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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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우 <스포츠 차장대우>

약 2년전 다저스테디엄에서 야간경기로 펼쳐진 박찬호 등판 경기 취재를 마친 뒤 자정 가까운 시간에 집으로 돌아가며 다저스의 포스트게임 라디오 토크쇼를 들었다. 토크쇼는 다저스 제너럴 매니저(GM)인 케빈 말론이 게스트로 나와 청취자들의 전화질문에 답하고 진행자와 다저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한 청취자가 다저스에 대한 비판성 질문을 던지면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말론이 그 청취자의 말을 마디마디 반박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는데 그 어조가 공공매체인 라디오에서 팀 고위 관계자가 팬을 상대로 한 것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도 강경하고 흥분이 가득했던 것. 마치 상대방이 눈앞에 있었다면 멱살이라도 잡을 것 같은 격앙된 어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강한 자존심과 고집, 확신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과 함께 대단한 다혈질임을 한순간에 느낄 수 있었다. 그 성격은 지난해 다저스 전 감독 데이비 잔슨과의 공개적 반목관계에서 다시 한번 확연히 드러났다.

말론의 이런 다혈질은 결국 그를 GM자리에서 쫓아내는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14일 샌디에고에서 있었던 팬과의 충돌은 말론이 스스로 자기무덤을 판 것. 사건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말론은 다저스의 게리 셰필드를 야유하는 팬을 상대로 먼저 시비를 걸었고 언쟁이 계속되자 "이리 와서 덤벼라"며 주먹다짐을 청하는 극도로 비상식적 행동을 보였다. 자기 선수를 지키자는 순수한(철없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은 분명하나 말론의 행동은 도저히 공인이 취할 바가 아님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무책임한 발언과 터무니없는 계약으로 인해 말론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했을때도 그를 옹호하던 다저스 밥 데일리 회장마저 이번에는 격노하지 않을 수 없었고 결국 말론은 사건발생 5일만에 GM직에서 쫓겨났다.

말론은 사임을 발표하는 기자회견문에서 "야구에 대한 내 열정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오해를 샀으나 나를 아는 사람은 이를 존중해 준다"면서 "나를 비판한 사람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자세히 알지 못한 것이 유감"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행동에 후회가 없다는 말론의 고집을 엿볼 수 있다. 그는 또 다저스의 상황이 자신이 GM으로 왔을때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확고한 신념에도 불구, 타협없이 고집으로 일관한 그의 다저스 커리어는 좋게 평가되기 어려울 것이다. GM자리가 뜨거운 열정보다는 냉철한 판단력을 더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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