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의 작은 천사에게

2001-04-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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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안나 (자영업)

불과 한시간 전 만해도 엄마에게 혼이나 눈물을 흘리던 아이가 학교에 도착하니까 해맑은 미소와 함께 “엄마, 바이”하며 나의 볼에 입을 맞춘다. 차에서 내리는 둘째의 뒷모습을 보며 다시 불러 꼬옥 껴안아본다.

라디오에선 바하의 ‘Air on the G string’이 연주되고 나의 머릿속은 온통 혼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냥 이대로 출근시간도 잊은 채 오늘 아침 나의 행동도 잊은 채 오늘 아침 나의 행동에 대해 반성해보고 싶다. 책 읽기를 게을리 한다는 이유로 이른 아침부터 학교 가려는 아이를 혼을 냈더니 서러움에 아니나 다를까 어느새 눈물이 두 뺨 위로 흘러내린다. “울려면 크게 소리내서 엉엉 울어”하고 큰소리를 내니 둘째, 얼른 옷자락으로 눈물을 쓰윽 훔쳐내고는 언제 울었냐 싶게 “잘못했어요”라며 내 가슴에 작은 머리를 쏘옥 파묻는다.

난 안다. 그 아이가 왜 그리고 서러웠는지. 엄마에게 혼이 난 것보다는 “넌 언니의 책 읽는 양에 반도 못 따라가니?”라고 언니와 비교하는 엄마의 못난 행동이 그 아이의 어린 자존심에 상처를 냈으리라. 미안하다. 나의 작은 천사야. 하루종일 그 상처가 가슴속에 뿌옇게 앉아 있을 텐데... 책을 유난히도 좋아하는 큰 아이. 모든 것에 숨이 막힐 정도로 완벽한 언니의 그늘에 가려 언제나 숨을 죽이고 있는 우리의 작은 천사 둘째.


이지적이면서 직설적이어서 사물에 대해 흑백논리를 많이 펴는 아이, 내면을 볼 줄 아는 통찰력이 있는 아이, 아무리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언제나 콧노래를 흥얼대는 낙천적인 아이, 게다가 사랑과 애교가 철철 넘치는 아이... 이렇게 셀 수도 없이 많은 장점들을 갖고 있는 둘째에게 나는 왜 가끔씩 큰 아이와 비교를 하는 못난 엄마가 될까. 아마도 나의 덕이 부족함 일께다. “그저 건강하고 착하게만 자라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고 돌아서면 또 다른 욕심이 용솟음쳐 최고의 아이로 키우고 싶어하는 나의 이중성. 최고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란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반복되는 나의 실수.

사랑하는 딸 둘째야, 예쁜 천사로 지구라는 별을 찾아와 엄마의 딸이 되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리며 오늘 아침 엄마의 부끄러운 행동을 용서해주렴. 다시 한번 진심으로 기도 드려본다. “저의 우매함을 용서하시고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주심에 감사 드립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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