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 폭동의 교훈 잊어서는 안 된다

2001-04-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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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신시내티 인종폭동의 후유증으로 미전국이 뒤숭숭하다. 백인 경찰관이 비무장 10대 흑인 청소년을 사살한 데서 발화된 이번 폭동은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사용, 소수계만 타겟으로 한 색깔단속, 또 흑백간의 뿌리깊은 인종적 갈등 등 미국사회 저변에 깔려 있던 문제들을 일시에 노출시켰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시사를 던져주고 있다.

이번 폭동은 또 그 발단에서 진행과정에 이르기까지 LA 한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지난 94년의 LA폭동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백인 경찰의 로드니 킹 구타사건에서 LA폭동은 촉발됐으나 폭동의 불길은 엉뚱하게 한인 상가로 번져 한인 커뮤니티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마찬가지로 신시내티 다운타운에서 점화된 폭동은 인접 상가로 번져 적지 않은 한인 업소등 이웃한 소수계 업소들이 불에 타고 약탈을 당한 것이다.

이번 신시내티 폭동은 ‘빅 원’의 전주곡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경찰의 공권력 남용, 흑-백 인종갈등, 거기다가 흑인-히스패닉간의 갈등으로 대표되는 소수계 대 소수계의 마찰등 사태는 소수계가 몰린 미전역의 대도시권 지역에서 매일 같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각 이민 그룹간의 갈등, 백인 경찰과 소수계 그룹의 마찰은 언제든지, 또 어디서나 폭동으로 발전될 소지가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반이민 정서 또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2000년 센서스 결과 아시아계 등 소수계 인구가 괄목할 만한 증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자 반이민 그룹은 위기의식을 부채질, 반이민 무드가 날로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경기 후퇴의 어두운 전망까지 겹쳐 갈등 요인은 증폭되고 있다.

한인사회는 지난 LA 인종폭동을 통해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우선적으로 얻은 교훈은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배타의 마인드는 다른 민족, 타 커뮤니티의 반발만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또 다민족 사회인 미국은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교훈을 폭동을 통해 터득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인사회가 택해야 할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우리’를 열고 진지하게 이웃을 돌아보는 자세다. 이는 다민족 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요구되는 자세다. 이 같이 성숙된 열린 자세로 이웃과 함께 닥쳐올 수도 있는 사태에 사전에 대비하는 한인사회가 되어야겠다. LA폭동의 교훈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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