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가 아무래도 영재 같아요. IQ 테스트 한번 받게 해주세요."
LA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한인 부모들로부터 이런 부탁을 심심찮게 받는다. 하지만 ‘영재 자식’ 기대로 잔뜩 부푼 부모들에게 이 교장이 주는 답은 그렇게 달콤하지가 않다.
"아이가 영재라면 담임선생이 벌써 알아보고 테스트를 받게 했겠지요. 선생이 아무 말 없는데 부모가 요구해서 테스트를 받은 케이스 중에는 영재가 별로 없었어요."
그렇다면 "우리 아이 정말 똑똑하다"고 느끼는 건 순전히 부모의 착각인가.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지능지수 자체를 놓고 보느냐 다른 아이들과 비교해 보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1932년 어린이들의 평균 IQ는 100이었다. 현재는 중간 IQ가 112다. 요즘 웬만한 아이들은 IQ가 과거 영재에 맞먹는 수준이다. 부모들이 착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플린 효과’라는 말이 있다. 지능지수가 자꾸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뉴질랜드 오타고 대학의 제임스 플린 교수가 지난 87년 이 사실을 처음 발견하면서 이런 용어가 만들어졌다. IQ 급등은 20세기중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다. 영국의 경우 1942년 이후 평균 지능지수가 27포인트, 미국에서는 1918년 이후 24포인트, 아르헨티나에서는 1964년 이후 22포인트가 올라갔다.
IQ가 이렇게 높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전적 요인이다’ ‘환경적 요인이다’ 학자들 사이에서도 설이 분분하다. 문제는 그 어느 것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되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의 ‘머리’는 일단 타고난다는데 이견이 없다. 지능에 유전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은 75%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고 IQ 상승 원인을 ‘유전자’로 돌릴 수 없는 것은 유전변이가 몇 10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일어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환경인데, 근년의 IQ 상승폭은 너무 커서 환경만으로는 설명이 곤란하다.
이에 대해 이번 주 상당히 타당성 있어 보이는 주장이 나왔다. ‘플린 효과’의 플린 교수와 브루킹스 연구소의 윌리엄 디킨스 박사가 발표한 연구결과이다. 이들의 주장은 유전자와 환경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지능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머리가 좋게 태어난 아이는 자연히 책 읽고 탐구하기를 즐기는 등 두뇌발달에 좋은 환경을 추구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지능이 더욱 발달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아울러 머리가 보통인 아이라도 지적 자극을 주는 환경에 계속 노출되면 지능이 올라간다고 한다.
’타고난 영재’ ‘만들어지는 영재’ 모두가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한인 부모들의 극성스런 조기교육이 이론적 배경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도가 지나치면 아이가 그 모두에서 흥미를 잃어버려 역효과가 난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