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일제차 타면서 일본 규탄하다니

2001-04-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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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성애/LA

일제 만행 규탄 대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돌아갈 때 혼다, 도요타, 니산, 렉서스 등 일제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심정과 그들을 바라보는 일본인이나 외국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궁금하다. 일본산 불매운동을 벌이려면 철저히, 묵묵히, 그리고 꾸준하게 실천해야 한다.

미국에 이민와 미국 시민이 되어 살고 있는 우리들은 미국이 잘 살기도 바라지만 한국이 잘 살아야 한다는 바램도 가슴 깊이 묻혀 있다. 많고 많은 자동차 중 기아, 대우, 현대 등 한국산도 많은데 일본차를 타고 다니는 한인들을 보면 한심하고 안타까울 때가 많다. 이민역사가 연륜을 더해가며 한집에 두, 세대 이상의 자동차를 갖고 있는 교포가정이 많아졌다. 한 가정에 한대만이라도 꼭 한국차를 갖는 애국심이 있다면 한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성능 좋고, 서비스 좋다고 한국차나 미국차를 무시하고 일본차 타고 다니는 한국인들을 볼 때 나는 이들이 한국을 사랑하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 자동차, 일본 상품은 사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전 세계 아니 미국내에서 만이라도 알려지면 일본만행에 대한 규탄대회 같은 시위를 하지 않아도 일본인들은 우리 앞에 고개 숙이고 사죄하지 않을까? 한국산 차를 타고 다니면 존경스러워 보이지만 일본차를 타고 다니면 속없는 빈깡통 같이 보이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일본이 한국에 피해를 준 일이 얼마나 많으며 아직도 그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데 지금부터 라도 각자 갖고 있는 일본차 모두 처분하고 한국차를 구입한다면 그들의 태도는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우리 집은 다섯 식구 모두 운전하는 연령이고 자동차는 10년 이상된 미제차 3대이다. 최근 새 자동차 구입을 놓고 아이들과 의견이 엇갈린다. 젊은 셋 아이들은 혼다, 도요타를 원하지만 우리 두 부부는 묵묵히 한국산 자동차를 조사중이다. 이웃 일본집이나 외국집 자녀들이 우리 자녀들보다 더 똑똑하고 잘생기고 학교에서나 사회에서 평판이 좋다고 그들을 내 자식들보다 더 사랑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한국사람이 한국을 싫어하고 한국자동차를 싫어하면 누가 좋아할 건가? 한국자동차 타고 다니는 일본사람 본 적 있는가? 미국 시민이 되어 미국에 살면서 미국산 자동차를 사야겠지만 한국 경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설득하고 산타페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릴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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