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활 주간에 전해진 뉴스들

2001-04-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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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세철 <논설실장>

"부활은 희망의 메시지다. 절망을 소망으로, 불안을 평안으로 바꿔놓는 게 부활이다. 현실의 상황은 절망이다. 그러나 부활의 신앙은 그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놓는다." 부활은 모든 인간에게 희망을 주는 이같은 보편적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에 부활절은 전 인류의 축일이 되어가고 있다.

부활 주간인 이번 주는 마라톤 뉴스와 함께 시작된 느낌이다. 평양에서 국제 마라톤대회라는 게 십수년 만에 열렸다. 또 이봉주 선수의 보스턴 마라톤 제패 소식이 전해졌다. 이 두 국제 마라톤을 전하는 언론의 시각은 그러나 사뭇 대조적이다. 보스턴 마라톤 소식은 이봉주라는 한 인간의 승리에 초점이 맞추어 전해졌다. 슬픔과 좌절의 저편을 향해 달리고 또 달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 ‘부활의 승리’에 대한 찬사다.

평양 마라톤을 전하는 언론의 시각(서방언론)은 그러나 엉뚱한데로 쏠려 있다. 7만여석의 스테이디엄을 꽉채운 군중, 마라톤 코스를 따라 늘어선 수십만 대중, 또 공수되어온 호화판 대접용 음식 등에 오히려 관심을 쏟은 것이다. 평양 마라톤이 이런 각도에서 조명을 받은 것은 다름이 아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생일을 맞아 24개국 외국선수들을 초청하고 수십만의 군중을 동원한 이 국제 이벤트가 북한의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초현실적 상황으로 비쳐져서다.


"북한 내부의 정확한 상황은 알수 없다. 그러나 현 상황은 끔찍한 상태, 혹은 파국적 상태 둘중의 하나임은 분명하다" 김일성 사망후 북한의 기아상태가 외부로 처음 알려진 시점에 내려진 북한에 대한 진단이다. 오늘날 북한 사회는 더욱 처참한 모습을 내보이고 있다.

백만 이상의 인명을 앗아간 엄청난 기아, 또 철저한 인간 말살과 그에 따른 죽음의 어두운 공포에 짓눌린 사회라는 밑바탕 그림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외부 세계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경악할 일’(horrible story)들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다. 북한은 현재 1930년대 스탈린시대 소련에서 벌어진 독재와 통제보다 더 심각한 상태에 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러면 평양이라는 특수 세트에서 ‘위대한 수령의 탄생을 축하하는 국제 이벤트’가 열리고 있는 그 시간에 평양밖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까. 그 참상의 단면들은 이렇게 전해진다.

"북한에서는 기독교의 성삼위가 이런식으로 해석된다. 성부 김일성, 성자 김정일, 그리고 주체사상이다. 집에서 성경책이 발견되면 처형된다 … 기독교도는 정신병자로 취급된다. 또 기독교 가정은 3대에 걸쳐 ‘박멸 대상’으로 분류된다. 한 탈북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격리 수용된 기독교도는 완전히 짐승 취급을 받아 옷도 지급되지 않는다. 그들은 기독교도를 펄펄 끓는 쇳물을 부어 죽이기도 한다… 하나님과 김일성 양자택일을 강요받았을 때 그러나 하나님을 선택하는 기독교도들이 적지않다" (워싱턴 포스트지)
"탈북을 했다가 임신한 몸으로 잡혀온 여자들은 약을 먹여서 강제로 아이를 낳게 한다. 태어난 아기는 바로 쓰레기 통에 던져진다. 탯줄은 잘라서 따로 모아 의약품 재료로 쓴다. 한 탈북자는 갓 태어난 아이를 산모에게 안기려다가 혼이 난 경험(폭언과 함께 의사는 아이의 다리를 들어 바로 쓰레기 통에 던졌다)을 이야기 하면서 이런 광경을 최소한 여섯 번 목격했다고 말한다"(뉴스위크지)

’북한은 생명력을 상실한 사회다’ 독일 민간구호단체 ‘코미테 캅 아나무르’(Komitee Cap Anamur)의 일원으로 북한에서 의료활동을 하다가 추방된 독일인 의사 노르벨트 폴로첸이 내린 결론이다. 그에 따르면 북한에는 인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보통 사람들은 굶주리다가 죽어갈 뿐이다. 가장 기본 권리인 생존의 권리조차 이들에게는 거부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월 스트릿 저널지를 통해 또 이렇게 북한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다. "북한에는 두 개의 사회가 존재한다. 해외에서 원조로 보내진 식량을 비롯해 온갖 물자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당과 군의 고급 간부로 구성된 계층과 기아와 억압과 죽음의 공포에 억눌려 지내는 대다수 보통 사람들의 세계다. 이 보통 사람들은 오랜 억압의 결과 대부분이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또 이렇게 고백한다. "나치 치하에서 유대인 학살에 침묵을 지키는 죄를 범한 선조를 둔 독일인으로서 이 이 악마적 체제를 고발하는 게 나의 의무다"

부활 주간에 전해진 뉴스들은 부활의 아침이 북녘땅에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사실만 새삼 알려 주고 있다. 도대체 그 고난은 누구의 책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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