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0년 후의 미국

2001-04-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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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자식 낳는 것을 가장 중시하는 민족은 유대인이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야훼의 가르침 탓인지 정통 유대교에서는 성인 남녀는 무조건 결혼해야 하고 일단 결혼하면 적어도 두 명은 의무적으로 아이를 낳도록 돼 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그 정도는 낳아야 공동체가 유지되지 자손 숫자가 부모보다 적으면 점점 수가 줄어 언젠가는 멸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자식을 낳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낳고 싶어도 못 낳는 사람도 있고 몇 백년 전까지만 해도 태어나서도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 아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전문가들은 인류가 농업을 발명하기 전인 1만 년 전에는 전 세계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업과 함께 늘기 시작, 예수가 태어났을 무렵 3억 명에 달하던 세계인구는 1000년 동안 별 증감을 보이지 않다 산업혁명과 함께 다시 급증, 1750년 8억명 선에 이른다. 1800년 10억 명 선이었던 세계 인구는 1930년 20억, 1960년 30억, 1974년 40억, 1990년 50억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왔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유엔 인구백서가 맞는다면 앞으로는 인구 증가가 아니라 감소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60억 정도인 세계 인구는 앞으로도 늘기는 늘지만 그 속도가 점차 둔화돼 2100년 경 110억 명으로 정점을 이룬 후 점차 감소하는 것으로 돼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서구의 몰락이다. 인구가 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 1인당 2.1명을 낳아야 하는데 서방 선진국 여성들은 1.57명밖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50년 후에는 유럽의 인구는 1억2,500만 명이 줄어들게 된다. 일본도 현 1억 3,000만에서 1억대로 감소가 예상된다.

더 큰 일 난 나라는 러시아다. 여성 1인당 1.14명으로 북한과 함께 출산율 세계 최저인 러시아는 현 1억 5,000만에서 베트남이나 이란보다 적은 1억 선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그 때쯤 되면 인구 20억에 육박할 중국에 치여 청나라 때 강제로 뺏다시피 한 시베리아 일대를 되돌려 주지 않을 수 없으리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방 각국중 유일하게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나라가 미국이다. 인구 4억으로 러시아와 일본의 4배가 넘게 된다. 미국 인구 증가의 원인은 미국 여성의 출산율(1인당 1.7명)이 유럽보다 높은 탓도 있지만 다산의 상징 히스패닉이 많고 이민 문호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활짝 열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열린 문’ 정책이 미국 힘의 원천인 셈이다.

한 때 자원의 소비자로 구박받던 인적 자원이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가장 소중한 부의 원천으로 대접받고 있다. 20세기는 물론 21세기가 되도 수퍼파워로서 미국의 위치는 흔들리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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