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개 드는 ‘평통 증후군’

2001-04-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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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천식 <차장대우>

차기 평통위원 선정문제를 놓고 벌써부터 평통 안팎이 뒤숭숭하다.

차기 회장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몇몇 인사들이 본국 유력 정치인들을 통한 물밑 로비를 진행해 온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거기에 더해 일부 위원은 인선지침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특정지역 출신 인사들을 상대로 위원 신청서를 돌려 평통 내부에 때아닌 지역감정 시비를 일으키고 있고 한편에서는 회의 출석률이 낮거나 회비를 안내는 위원들을 퇴출시키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최근에는 야당의원이 주최한 통일세미나를 평통이 후원했다는 이유로 본국 사무처에 회장단을 비난하는 투서성 전화가 들어가 회장단을 당혹케 만들기도 했다.

사실 평통 파동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년에 한번씩 위원인선이 있을 때마다 ‘평통 무용론’이 제기됐고 일부 인사들 사이에서는 평통의 존재이유를 놓고 갑론을박이 오갔다. 본국 정치인 줄타기를 통한 낙하산 인사가 있을 때면 살벌한 인신공격이 난무했고 개인감정은 물론 한인사회의 화합을 해치는 작태들이 공공연히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본국 사무처는 이제 평통위원 인선지침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앨러지 반응이다. 대단한 비밀도 아닌데 ‘뭐 그런걸 알려고 하느냐’며 답변을 피한다. 똑같은 대답을 놓고도 위원들 사이에 해석하는 방향이 틀리고 간혹 의도적으로 왜곡, 이용되는 경우가 있어 피곤하다는 게 이유다.

평통은 한인사회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통’일모임이 돼서는 안 된다. 일부 옹호론자들 말대로 평통이 21세기 남북화해의 시대를 맞아 해외동포들의 건설적 통일논의 참여를 유도하는 창구가 되려면 본국 정치인 줄타기와 낙하산식 인선은 사라져야 하며 친(親)정부를 하려는 열의가 넘쳐 반(反) 커뮤니티적 결과를 초래해서도 안 된다. 평통 증후군을 우려하는 게 기우에 불과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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