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때려서 키운 자녀

2001-04-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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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선<한인청소년회관학부모교실 담당>

"물론 미국에서야 애들을 때리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세상 어느 부모가 그 상황에서 매를 안 들겠습니까?"

학부모 교실 시간에 논의된 부모들의 솔직한 마음 표현이다. 자녀에 대한 신체적 체벌이 법적으로 금지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부모에게 대드는 것은 고사하고 심지어는 아무리 말로 타일러보려 해도 약올리는 듯 말을 듣지 않기 때문에, 혹은 부모는 눈물로 하소연해도 자녀는 계속 마약을 하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폭력을 가했다는 부모 등, 아동학대와 관련된 많은 부모들의 마음속에는 눈물어린 사연이 꼭 있기 마련이다. 부모들은 자기 자녀인데도 함부로 매를 들면 자녀를 빼앗긴다는 아동 학대법에 새삼 한국이 아닌 미국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한국 부모들의 가장 대표적인 훈육 태도는 ‘엄부자모’의 유형이었다. 마음으로는 따뜻하지만 겉으로는 엄격한 아버지와 자녀와 아버지의 중간 입장에서 자상한 어머니가 우리 한국 문화의 전형적인 유형이었고 자녀의 훈육은 비단 부모뿐만 아니라 선생님을 비롯하여 동네 어른들까지 한 부분을 담당하여 왔기에 많은 한인 부모들에게는 ‘사랑의 매’ 혹은 ‘사랑하는 자식일수록 매를 들어라’는 관념이 익숙한 것은 사실이다.


부모들이 혼동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체벌과 훈육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자녀를 위한다는 의도로 사랑의 매를 드는 것은 사실 체벌에 속한다. 부모의 관점에서는 매를 들어 체벌을 가하면 자녀의 그릇된 행동이 즉각 중지되기 때문에 역시 매가 통한다고 생각하지만 나쁜 행동만 중지될 뿐이지 정작 자녀에게 "이런 행동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함이 바람직하다"는 가르침은 전혀 없다. 자녀가 성장할수록 매는 효과가 급속히 떨어져서 부모에게 "때릴려면 때려봐라"식의 태도를 보이거나 "매는 맞을수록 맷집만 는다"는 식의 자세를 보인다. 다시 말해 체벌은 자녀가 스스로 나은 행동을 배워나가는 기회를 주지 않는다.

반면 부모가 자녀를 보다 올바르게 가르친다는 의도는 바로 훈육이고 이는 자녀로 하여금 잘못된 행동에서 더 바람직한 행동을 ‘가르쳐준다’는 기법을 뜻한다. 훈육은 자녀를 가르친다는 교육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데 자녀에게 지금의 그릇된 행동보다 더 올바른 행동을 가르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자녀가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컨트롤 할 수 있는 자세를 가르친다.

자신의 행동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요즘 문제가 더욱 심각한 학생들의 무단 결석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는 행위이다. 스스로 행동을 컨트롤하도록 이끄는 것이 훈육이다. 체벌은 아니다. 올바른 훈육은 효과적인 대화기법이고 부모들이 바라는 즉각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일관성 있게 꾸준한 훈육이 장기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부모들이 원래 의도했던, "자녀를 사랑하니까 제대로 가르친다"는 모습이 보이게 된다.

학부모 교실에서 자녀가 후에 어떠한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느냐는 질문에 부모들은 여러 의견을 말해준다. 남들처럼 대학 졸업하여 잘 사는 모습 보는 것, 존경받는 사람으로 크는 것, 그리고 어느 시점이 되면 자녀 걱정은 한시름 놓게 될 것 등등을 말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할 것은 자녀가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양육하는 것이어야 한다. 부모가 100년이고 200년이고 자녀 옆에서 계속 돌보아줄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스스로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자녀로 양육하는 것, 이를 위해 올바른 훈육으로 가르치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시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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