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우등생이 사회에서 모범생은 아니다’란 말이 있다. UC 버클리 법대 교수로 재직중 부시행정부에 의해 고위직에 발탁된 존 유(33)교수는 이 말이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산 증거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따라 미국에 온 유 교수는 하버드와 예일등 정통 엘리트 코스를 밟은 후 연방상원의원과 대법관 보좌관, 월 스트릿 저널 기자등을 거쳐 93년 26살의 약관에 버클리 법대교수직에 올랐다. 헌법학이 전공인 유 교수는 작년 대선 때부터 미 언론과 정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학문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차세대‘떠오르는 별’의 대표주자다. 유 교수를 만나 앞으로의 포부와 어린 시절 성장 배경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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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축하드립니다. 연방 법무부 법률 부고문으로 기용될 것이란 보도가 있었는데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됩니까.
▲아직 법무부 공식 발표가 없기 때문에 뭐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그 자리는 의회와 행정부, 대통령의 외교 행위등이 헌법에 배치되지 않는지 자문을 하는 곳입니다. 대내적으로는 입법부와 행정부의 권력 배분, 대외적으로는 대통령이 언제 의회에 통고 없이 무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같은 문제를 다루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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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는 헌법학에 관해 학계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행정부 쪽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까.▲미국의 최고법인 헌법을 연구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 정신을 정책으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이번에 부시 행정부로부터 백악관과 국방부, 법무부 3군데서 잡 오퍼를 받았습니다. 정책 입안가로서 활동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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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선거 때 ‘부시를 지지하는 법대 교수 모임’ 공동의장직을 맡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언제부터 공화당과 인연을 맺었습니까.▲대학 다닐 때부터입니다. 공화당의 보수주의적 철학이 취향에 맞았습니다. 어퍼머티브 액션과 낙태등 사회적인 이슈도 그렇고 경제적인 노선도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신봉하는 보수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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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재직중인 버클리도 그렇고 아이비 명문은 리버럴 성향이 짙은 데 학교 다니면서 동료들로부터 눈총을 받지는 않았습니까.▲리버럴 성향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각자 사고의 자유를 존중해 주기 때문에 정치 성향이 어떠냐를 가지고 못살게 구는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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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헌법학을 전공하게 됐습니까.▲어려서부터 역사책 읽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18세기 미국과 유럽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고 미국이란 어떤 나라며 어떤 정신에 의해 세워졌는가를 연구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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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교수가 보는 미국은 어떤 나라입니까.▲미국은 무엇보다 정치적 대타협의 산물입니다. 철학이 다른 각 정파와 여러 정부 기구가 권력을 나눠 가졌기 때문에 그 다지 효율적인 정치체제는 아닙니다. 같이 민주주의를 하는 유럽과 비교해 봐도 유럽 쪽이 중앙정부 쪽에 권력이 집중돼 있는 반면 미국은 주 및 지방 정부에게까지 널리 분산돼 있습니다. 권력이 집중되면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한번 일이 잘못되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집니다. 반면 미국식은 모든 결정이 느리지만 신중히 내려지며 따라서 잘못을 막기가 수월합니다. 지난 200년 간의 역사를 보면 미국식 정치체제가 훨씬 안정적이고 따라서 우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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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나 사상가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다면 누구입니까.▲‘펠레포네서스 전쟁사’를 쓴 투키디데스입니다. 그는 환상이나 전설이 아니라 현실을 바탕으로 역사를 쓴 첫 인물입니다. 개인과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 간의 일은 힘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는 아무 것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그의 철학은 20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중한 교훈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모순을 지적하고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학문적으로 입증한 하이에크 또한 그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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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행정부가 ‘힘의 외교’를 지향하면서 제국주의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미국은 역사적으로 볼 때 제국주의적 야망이 가장 적은 나라의 하나입니다. 미국이 지금 남의 나라 영토를 지배하려 한다는 생각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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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언론에 보도된 노근리 사건등 미군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봅니까.▲노근리 사건은 큰 비극이지만 이는 전쟁이란 극한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지 이를 미국의 고의적 학살로 단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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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에서 일할 경우 애시크로프트 법무장관 밑에 있게 되는데 인준 때부터 말이 많던 인물입니다. 소수계로서 불편하지 않겠습니까.▲그와 정치 철학이 같기 때문에 별 어려움이 없으리라 봅니다. 어퍼머티브 액션 같은 것이 대표적 케이스입니다. 대학 입학시 소수계란 이유로 흑인과 히스패닉에 대해 특혜를 주는 것은 그 자체로도 불공평하고 아시안에게는 더더욱 불리합니다. 흑인은 과거 노예로 착취당했기 때문에 특혜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지만 다른 모든 소수계까지 능력보다 우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소수계를 우대하더라도 도심에 살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줘 보다 나은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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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도 하버드 출신이고 동생 부부도 예일대 박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려서 부모로부터 어떤 교육을 받았습니까.▲모든 한인 부모가 그렇겠지만 저희 부모님도 자녀 교육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분이었습니다. 미국이 온 지 얼마 안 돼 생활이 넉넉지 않았는데도 제가 자란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고 비싼 사립학교에 보냈습니다. 어렸을 때 학교 공부는 물론이고 합창, 토론, 축구등 과외활동에 이르기까지 프레셔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 와 생각하면 그것이 자기 발전에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한인들의 뜨거운 교육열이야말로 한인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민경훈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