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달리고 있는 미국
2001-04-10 (화)
▶ 미국의 시각
▶ 프랑코 모딜리아니 & 로버트 살로우 (뉴욕타임스 기고)
부시 대통령의 소득세 삭감안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고 있지만 이 삭감안이 미국 경제에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지적하지 않고 있다. 대규모 세금삭감은 국제 경제구도에 있어서 미국의 위치를 호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키게 된다.
지난 10년 동안 미국 경제는 크게 활기를 띠었다. 생산은 40% 가까이 늘었고 투자는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저축률 제로(0)에 가까운 소비풍조에 힘입어 소비지출도 40%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이 분홍빛 그림에는 한가지 부작용이 곁들여졌다. 바로 소비의 증가가 소득의 증가를 초월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무역적자의 확대로 나타났다. 2000년 말 현재 미국의 국민 총 소비는 국민 총소득보다 4%를 초과하고 있으며 그 비율은 점차 커지고 있다.
국가나 가정이나 번 돈보다 많이 쓰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돈을 빌리거나 있는 자산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가의 경우 돈을 빌리고 자산을 파는 상대가 외국인이다. 번영을 누려온 지난 10년 동안 미국은 정부 채권이나 민간기업 주식형태로 자산을 팔았고 부채의 누적은 심화됐다.
부채 규모가 작고 통제가 가능할 때는 염려할 필요가 없지만 부채 규모가 통제 불가능할 때, 또 신뢰도가 하락했을 때는 채권자들이 투자자산의 가치하락을 우려해 더 이상의 투자를 망설이게 된다. 심지어 미국내 자산을 처분하려고 할지 모른다. 미국에서 그러한 경우가 발생한다면 우리가 생각하기조차 싫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달러가치의 하락은 수입을 줄이고 수출을 촉진시켜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외국인 투자가들로 하여금 미국내 투자를 회수하고 화폐 가치가 높아지는 다른 나라로의 투자 전환을 모색하게 만들 것이다. 미국 경제의 엄청난 규모와 파워는 그동안 이같은 사태발발을 막는 방패역할을 해왔으나 이 방패가 영원히 지탱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결국 달러화의 하락은 더욱 심해지고 수입 물가는 폭등한다. 제반물가와 임금이 덩달아 오르고 이자율 역시 치솟는다. 투자와 생산이 줄고 실업자가 늘어난다. 그 영향은 세계적으로 미친다. 아무도 이같은 경착륙 가능성을 믿지 않고 있는데 정부와 의회가 공동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조만간 우리가 이같은 시나리오를 겪게 될 것이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