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성의한 한인 은행

2001-04-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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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경자 <아케디아>

얼마 전 오랫동안 거래하던 한인 은행으로부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생활비로 쓸 돈이 필요해 100 달러 짜리로 3,000 달러를 찾았다. 그 돈을 다 쓰고 마지막 200달러를 가지고 마켓에 장보러 갔다. 계산대에서 100달러 짜리를 내니까 캐시어가 돈을 이리저리 본 후 오피스로 들어갔다 나오더니 그 돈을 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은행에서 받은 돈이라 ‘자기가 뭘 안다고’ 하며 속으로 비웃었다. 다른 몇가지를 더 사려고 다른 마켓에 갔는데 거기서도 그 100달러 짜리가 진짜 돈이 아니라는 거였다. 기가 막혔다. 그 쪽 캐시어는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방법까지 설명해 줬다.

집에 돌아와 남편과 다시 확인했지만 그 돈은 은행에서 가지고 와 금고에 넣어둔 분명 그 돈이었다. 은행에는 분명 가짜 돈을 식별하는 기구도 있을 테고 또 눈이나 손으로도 식별이 가능한데 가짜 돈을 주다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은행에 가서 돈을 보여주며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마침 지점장이 자리에 없었는데 지점장이 오면 상의해서 연락해 주겠다는 대답을 듣고 그 돈을 직원에게 주고 왔다. 이틀 후 그 돈에 대한 크레딧을 줄 수 없으니 가짜 돈을 찾아가라는 연락이 왔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고 실망이 커서 이번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남편이 지점장을 찾아갔다. 그 지점장은 가짜 돈을 남편한테 되돌려주며 100달러에 대한 크레딧을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20여년을 한인 은행이라고 믿고 거래했는데 이 정도 밖에 대접을 못 받다니 무척 실망스러웠다. 나 같은 피해를 입는 은행 고객이 앞으로는 나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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