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투표참여 저조’ 이미지 벗자

2001-04-06 (금)
크게 작게

▶ 사설

인구 380만명의 미국 제2의 도시 로스앤젤레스 시정을 향후 4년 동안 이끌어나갈 시장을 새로 뽑는 LA시 선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는 제임스 한 시검사장,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전 주하원의장 등 사상 가장 많은 후보가 출마,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덕분에 한 표가 아쉬운 후보들이 타운을 자주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등 한인 커뮤니티의 위상도 높아진 감이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제임스 한 후보가 24%의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 후보가 20%, 백만장자 스티브 소보로프 후보가 18%로 뒤를 바싹 쫓고 있다. 10일 선거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득표자 두 사람을 놓고 오는 6월 결선투표를 치르게 되는데 세 후보의 지지율 차이가 근소한 탓에 현재로서는 어느 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들 외에도 하비어 베세라, 조엘 왁스, 캐슬린 코넬 등 세 사람이 각각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등 일대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어 후보들간에 상호 비방과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있다.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오랜 친분을 유지해 온 한 후보의 지지자가 많은 편이지만 비야라이고사나 소보로프 지지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커뮤니티의 단합된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한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으나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한인 커뮤니티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 ‘한인 커뮤니티가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수 있느냐’하는 문제보다는 ‘얼마나 많은 한인이 유권자 등록을 했느냐’ ‘등록을 마친 한인 중 얼마만큼이 투표에 참여하느냐’가 보다 중요하다. 지금까지 한인 커뮤니티는 정치인들에게 돈은 많이 걷어서 주지만 유권자 등록률이나 투표 참여율은 낮은 것으로 미국 정계에 인식돼 왔다. 이번 선거에도 대다수 한인들은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 정치인들은 ‘돈은 좋아하지만 표는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선거운동기간 우리 한인 커뮤니티에 쏠렸던 미 정치인들의 관심이 선거 후에도 지속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한인들은 투표율이 낮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이번 선거에서 벗어 던져야 한다.

이번 선거를 위해 유권자 등록을 새로 하거나 부재자 투표를 신청하기는 늦었지만 투표용지를 받은 한인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해서 커뮤니티 위상 제고에 일조를 해야겠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