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할 사람 구하기가 이렇게 힘든 줄 처음 알았습니다.”
오는 10일 시장선거를 앞둔 LA시 선거국의 투표소 봉사자 모집 직원 P씨의 고백이다.
캘리포니아는 지난 98년부터 영어 못해서 투표 못하는 유권자가 없도록 투표소에 이중언어 봉사자들을 배치해 왔고, 대표적 다인종 도시인 LA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필리핀어등 6개 언어의 봉사자를 필요로 하는데 한국어 봉사자는 그중 구하기 힘든 ‘천연기념물’로 정평이 나있다.
LA시의 전체 2,100개 투표소중 한인 봉사자가 필요한 곳은 많게는 89개소, 적게는 39개소가 된다. 한국어 투표안내 책자를 요구한 유권자 수가 20명 이상인 투표소가 89개소, 50명 이상인 한인 밀집지역 투표소는 39개소라는 데 근거를 둔 것이다.
지난 11월 선거국에 취직하면서 P씨는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다. LA에 한인이 얼마인데 봉사자 89명, 안되면 39명 구하기가 뭐 그리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다. 4~5개월 발이 부르트게 다녔지만 그가 확보한 봉사자는 30명을 조금 넘는다. "대부분 생업과 학업에 매여서 시간 내기 어려운 것은 이해합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반응이 너무 냉랭하더군요."
그가 봉사자 모집을 위해 처음 문을 두드린 곳은 한인 사회봉사기구들. ‘봉사’를 모토로 삼는 단체들이니 만큼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였다. 그러나 한두 기구를 제외하고는 도무지 무반응이어서 단 한 명의 봉사자도 소개받지 못했다.
다음 그가 도움을 청한 곳은 교회, 성당, 사찰등 종교단체들. 남가주에서 크다는 교회만 50군데를 찾아다녔는데 대부분이 비협조적이었다. 이유는 어느 목사의 말을 빌리면 "영적 치유를 받기 위해 온 신자들을 성가시게 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4개 교회·성당이 호응을 해서 10여명의 봉사자를 구할 수 있었던 것이 큰 수확이었다. 아울러 비슷한 숫자가 언론보도를 보고 자원해 와서 30명 조금 넘는 봉사자가 확보되었다. P씨에게는 눈물겹도록 고마운 존재들이다.
자원봉사의 나라, 미국에서도 봉사자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한다. 저마다 시간에 쫓기는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E-메일로 청소년들과 상담하는 봉사, 기업이 직원들에게 시간을 내줘서 봉사하게 하는 프로그램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동원되고 있다.
시간 내서 봉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렵게라도 봉사에 참여하면 그것이 삶의 질을 높인다는 연구보고들이 많이 나와 있다. 얼마전 발표된 하버드·인디애나대 공동연구에 따르면 사회활동 참여도가 높은 지역 주민일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봉사가 기쁨이자 행복의 원천이라는 해석인데 그 기쁨이야말로 해본 사람만이 아는 기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