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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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뭉클하게 한 백인부부

2001-04-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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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설주 <시티 오브 오렌지>

정말 사람들의 아름다움이란 때로는 표현할 수 없는 뿌듯함으로 가슴을 울릴 때가 많다. 내가 일하는 곳은 거의 백인이 고객인 세탁소이다. 가끔 몇 명의 동양인도 있지만 부유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곳이기 때문인지 동양인들은 항상 바쁘고 여유가 없다. 그러던 중 작은 동양 소녀가 들렀는데 그 옆에는 부드러운 미소의 백인부부가 함께 있었다. 언제나 그들을 보아오면서 참 친절한 사람들이구나 생각은 하였지만 그 소녀의 부모인줄은 몰랐다.

사연인즉 2살 때 입양된 소녀는 지금 18세가 되었고 아주 영특하고 올바르게 미국 부모 교육 아래 컸는데 이번에 그 미국 부모들의 노력으로 한국 부모를 찾았고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그 한국 부모들과 서신교환도 있었고 E메일로 서로 인사도 한 상태였다.

한국의 부모들은 영어를 할 수 없고 이쪽은 한국어를 전혀 모르니 얼마나 답답하였을까. 그래서 우리 가게 주인에게 통역을 부탁하게 되었고 우린 그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오직 그 딸 하나를 온 정성을 기울여서 키워왔고 그 딸 역시 잘 자라서 18세가 돼UC 버클리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런 딸에게 친부모를 찾아주는 양부모의 아름다움, 또 서툰 한국 생활에서 겪게 될 딸의 마음을 헤아려 용서하고 포용할 줄 아는 사랑을 교육시키어 보내며 온갖 배려를 아끼지 않는 그 양부모의 흐뭇하고 아름다운 사랑은 무엇에 비교할 수 있을까. 승화된 진실, 승화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한국 부모로 그 분들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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