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중국 너무 감정적이다

2001-04-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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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짐 호글랜드<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미국 스파이기가 의도적으로 중국 제트 전투기를 들이받았을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정찰기 충돌을 둘러싼 중국측의 이같은 공식적 주장은 따라서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측에 책임이 있다는 베이징의 거짓 비난은 의미심장하다. 지금 막 들어선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이제 물러날 때가 된 장쩌민 주석 사이에 급속히 점증되는 대립의 분위기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거짓말은 자존심을 세우려는 행위이며 자존심은 장 주석이 전에 없이 분명하게 선을 긋는 추진력이다. 양국 사이의 긴장이 개인 감정화하고 있다. 장 주석은 미국의 행동으로 자신이 남길 정치적 유산이 위협받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아무리 잘 짜여진 전략이라도 우연한 바람으로 정해진 코스를 벗어날 수가 있다. 스파이기 사고는 미중 관계에서 부시 당선 이후 발생한 일련의 계획되지 않은, 상관없어 보이는 불행한 사태들 중 가장 최근의 것이다. 어떤 정보 브리핑도 부시나 장쩌민에게 이번 일련의 사태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시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지난 12월 중국 정보장교가 미국으로 망명하고, 망명 뉴스가 하필이면 지난 3월 중국 부총리가 부시를 만나기 위해 워싱턴을 방문하려는 때 타이완 신문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중국으로 보기에는 망명사건이나 뉴스가 터진 타이밍이 모두 수상쩍어서 보안체제를 바짝 긴장시켰다. 그 결과 중국을 방문중이던 중국계 미국시민 가족을 공포에 빠뜨리면서 엄마인 가오 잔 교수를 간첩혐의로 체포하고 그 이후 중국계 미국인 학자를 추가로 최소한 한 명 체포했다.

장쩌민이 가오 잔 교수 체포 문제를 두고 협의를 했을 리가 없으리라는 것은 부시가 하이난 부근에서 특정 첩보임무를 하도록 승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양국 지도자는 이제 이런 사태들로 빚어진 결과를 떠맡아야 하며 그것도 이중의 정권이양으로 인해 지극히 불안정한 시기에 하게 되었다.

2003년 퇴임 예정인 장 주석은 차츰 권력을 이양하기 시작했고, 부시는 태부족의 행정부 인력으로 권력을 잡으려고 하는 중이다. 워싱턴과 모스크바는 전략적 불상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되는지를 서로 알고 있었지만 중국과 미국은 그런 류의 비공식적인 위기관리 체제를 한번도 개발해본 적이 없다. 이번 정찰기 사고가 부시 대통령의 첫 번째 위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양측 모두 자중해야 할 때다.

비행기 사고는 하필 부시가 타이완이 요청한 새 무기를 판매할지 여부를 결정할 즈음에 터졌다. 장 주석이 지난달 부총리를 부시에게 보낸 것은 이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부시는 장 주석이 미중 관계의 성패를 가르는 이슈로 보는 이 문제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것은 장 주석에게 자존심의 문제였다. 임기 시작 당시 장 주석은 정권 교체기쯤이면 타이완을 흡수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타이완의 신무기 구입은 그가 추구하는 그 역사적 과업을 실패로 돌리는 것이다.

부시는 타이완에 대한 신무기 판매를 군사적, 국가 안보적 차원에서 결정해야지 중국의 위협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될 것이다. 이렇게 민감한 시기에 국방부가 첩보기를 중국에 그렇게 가까이 보낸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국의 거짓 주장에 근거해 미국이 사과를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정의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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