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잦은 ‘너무 너무’
2001-04-04 (수)
오랜만에 서울을 방문하면 여러 방면의 변화된 모습을 경험하게 된다. 그 중에 하나로 언어의 변화된 모습도 있다. 다음의 것들은 변화라기보다는 변질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할 때 “같아요”라는 말 어미를 사용하는데 올바른 표현인지 의심을 갖게 한다. 예를 들어 좋다라는 의미의 말을 하면서 “좋은 것 같아요”라고 하며 즐겁다는 의미의 말을 “좋은 것 같아요”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은 잘못된 일이 발생했을 때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사회현상이 언어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왜냐하면 “같아요”라는 어미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대화를 가정해본다. “저 다리가 튼튼합니까?” “네, 튼튼합니다” “그 말에 책임질 수 있어요?”라고 물었을 때 “튼튼한 것 같아요”라고 대답하면 후일 다리가 무너졌을 때 책임을 면할 수가 있다.
이러한 표현은 자신감이 결여된, 의지가 나약해진 사람들의 집단적 증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좋으면 좋습니다, 즐거우면 즐겁습니다, 많으면 많습니다 라고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나타낼 수 있는 주관과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는 왜 그렇게 “너무 너무”라는 표현을 너무 너무 사용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방송사회자가 출연자에게 묻는다. 그 분 어떤 분이세요? 너무 너무 좋으시구요, 너무 너무 미남이시구요, 너무 너무 친절하세요. 어떤 방송요원은 매일 매일 새로운 음식을 소개하고 맛을 전달한다. 매일 매일 소개하는 음식마다 너무 너무 맛이 있단다. 과장이 너무 심한 느낌이 든다. 약물 특히 마약류는 사용하면 할수록 좀 더 강한 것이어야 한다고 한다. 언어에도 그러한 면이 있는지 이제는 너무 너무라는 표현을 추가하지 않으면 모자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 방송앵커가 한 어린아이를 취재했다. 어린아이에게 어떤 것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그 어린아이는 “좋아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앵커는 조바심이 났다. 왜냐하면 너무 너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묻는다. 너무 너무 좋아요? 어린이는 네 하고 대답했다. 앵커는 안도했다.
한글 사전에 의하면 우리말의 너무 라는 말은 부사의 품사로 “정도에 지나치게”라는 뜻으로 부정적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너무 너무 비가 온다. 너무 너무 배가 고프다. 너무 너무 괴롭다.”라고 표현에서처럼 긍정적이 아닌 의미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너무 너무 예쁘다. 너무 너무 친절하다. 라는 표현을 다른 말로 바꾸면 “지나치게 예쁘다. 지나치게 친절하다.”라는 의미로 예쁘지 않다. 친절하지 않다의 의미가 된다.
언어는 변화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한글학자들의 관심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