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려움 가운데 얻는 것

2001-04-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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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연 (주부)

우리가 미국으로 왔을 때는 남편은 학교가 결정되어 공부를 계속하게 되었고 반면 나는 생활을 책임져야 했는데 많은 학생부부가 그렇듯이 무척이나 어려운 시기였고 특히 가장으로서 가계를 책임지지 못하는 남편의 고통이 컸던 시기였다.

내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세탁소에도 나가보고 (일주일만에 그만 나와도 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과일가게도 나가고... 결국 송충이가 솔잎을 먹는다고 아이들의 피아노 레슨을 하게 되었는데 운전도 서투르고 피곤을 빨리 느끼는 나로서는 1시간 레슨을 위해 왕복 2시간 운전하는 것이 고역이었다.

또한 처음 외국유학을 시작할 때는 누구나 그렇지만 큰 꿈을 가졌다가 이제 와서 애들 레슨을 하기 위해 이탈리아까지 갔었나 하는 자괴감으로 한동안 힘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히스테릭하게 말이나 행동이 나오게 되면 남편은 자기에게 화를 내는 줄로 생각하고 도리어 나에게 화를 내고 나는 그게 아닌데 몰라주는 남편이 야속해서 힘들고 남편의 마음을 도와줄 만큼 성숙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 실망하는 등등으로 인하여 이래저래 고통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남편이 가져다주는 월급을 받으며 생활을 하는 지금은 그때가 아득하게 느껴지기만 하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때의 시기를 지낸 것이 부부의 사이를 더 깊어지게 했다고 확신하게 된다. 어려운 때에 다투기도 하면서 서로의 어려움을 알게 되었고, 왜 상대방이 그렇게 느끼는 지도 알게 되어 좀더 서로에 대해 이해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지금도 잘 투닥 거리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한다고 했던가. 젊은 우리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삶에 대한 경험과 애정을, 참고 인내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고 또 희망을 벗삼아 잘 참아내었다. 남은 긴 인생 길에서 분명 또 다시 여러 어려움과 맞닥뜨리게 될 테지만, 기다리며 참았던 경험이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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