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를 행복하게 하려면

2001-04-0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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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병렬 (교육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왜 행복하고 싶은가.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등의 의문이 생기는 까닭은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바로 행복이기 때문이다. 생활 주변을 돌아보면 다른 사람의 눈에는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어 행복해 보이는데도 표정이 어두운 사람이 있다. 그런가 하면 빈곤하지만 항상 웃음이 끊이지 않고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행복이 주관적인 판단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행복’은 추상명사이다.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정신 상태이다. 행복의 획득을 인생의 궁극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행복감도 시대와 함께 변하는 것 같다. 특히 선진국에서는 물질적인 것에서 정신적인 것으로 바뀌는 양상을 볼 수 있다. 의식주의 풍요로움에서 정신적인 만족감을 추구하는 질적인 향상을 보인다.

하버드대학과 인디애나대학 공동연구팀이 미국 전역에 거주하는 성인 3,000명과 40개 커뮤니티에 거주하는 2만6,200명을 대상으로 2000년 7월부터 11월 사이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역 사회 활동 참여도가 높은 지역의 주민들이 그렇지 못한 주민들 보다 개인 행복지수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 조사 결과는 행복관의 질적인 변화를 느끼게 한다.


이번 조사를 실시한 하버드대학 수석연구원인 로버트 퍼트냄 교수는 ‘사회활동 참여를 통한 사회적 자본 축적은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잣대로 작용한다. 개인의 행복 추구를 위해서는 부의 축적보다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행복은 남에게서 받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남을 위해 봉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나 혼자만 행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나보다도 다음 세대들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들이 물질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지 않고, 정신적인 것에서 행복을 찾기 바란다. 그들이 이기주의에 흐르지 않고, 지역사회 봉사에서 행복감을 느끼기 바란다. 이것들이 행복의 본질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왜 대학 입학 사정에서 과외활동을 중요시하는가. 왜 자원봉사 활동을 권장하는가. 이러한 사회 봉사 활동은 어렸을 때부터 생활화되어야 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일하는 기쁨을 맛보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누구의 어떤 일을 어떻게 도울까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모든 일은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집안일 돕기로 시작하여 부모의 기뻐하는 표정을 읽도록 한다. 차츰 커가면서 학교 일, 지역사회 일을 도우면서 주위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대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도록 꾸준히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훈련을 쌓아 가는 동안에 도움을 받는 사람보다 도움을 주는 자기 자신이 행복한 경지에 도달할 것이다.

이렇게 자녀를 키우려면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반드시 자녀들에게 감사하다는 표현을 해야한다. ‘고맙다’‘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행복하게 웃는 얼굴을 보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런 체험이 거듭되면서 그들의 행복감이 증진되어 간다. 어른들이 바쁘다는 핑계로 무심하게 지나쳐버리든지, 말로 표현하기가 쑥스러워서, 혹은 당연한 일을 하고 있는데... 등의 이유로 자녀의 선행을 인정하지 않는 결과가 되면 그들이 행복하게 될 수 없다. 자녀들의 마음에 주름이 잡히거나 상처가 생기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물질로만 해결하려는 부모는 자녀를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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