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청개구리 나라

2001-03-3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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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포먼 칼럼

▶ 샌프란시스코주립대 교수

시몬이 자기 엄마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한국 책을 주었다. 아들은 인터넷 아마존 책방을 방문하여 ‘Korean’이란 단어를 입력한 후 ‘청개구리’라는 영어판 책을 찾아냈다. 시몬은 자기가 주문한 책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단지 한국 전통적인 이야기라는 광고와 예쁜 표지를 보고 주문하였다.

포장까지 하여 크리스마스 전날 배달된 책을 시몬은 엄마에게 선물로 주었다. 아들로부터 책을 선물 받은 아내는 행복해 하면서 고마워하였다. 큰 잡지 사이즈인 동화책 표지에는 엄마 개구리와 새끼 개구리들이 그려져 있다. 책을 받아든 아내는 "이 책은 시몬 이야기이다"하자 아들은 호기심에 즉석에서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시몬은 엄마가 책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는데 놀라워하는 것 같았고, 자신이 청개구리라는 사실에 더욱더 놀라워하는 것 같았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아마 청개구리 이야기를 알 것이라 짐작한다. 아들이 읽은 동화책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에 엄마 개구리와 아들 청개구리가 살았는데, 아들 청개구리는 엄마 말을 안 듣기로 유명하였다. 청개구리는 엄마가 동으로 가라고 하면 서로 가고, 서로 가라면 동으로 가며 정 반대로 하였다. 양지바른 산 위에 묻히고 싶은 엄마는 반대로 하는 아들 청개구리에게 시냇가에 묻어 달라고 유언하였다. 엄마가 죽자 자기 잘못을 반성하며 엄마의 유언에 따라 엄마를 시냇가에 묻었다. 장마철이 되어 홍수가 나자 시냇가에 있는 엄마 무덤이 물에 떠내려가 버렸다. 그래서 지금도 비가 많이 오면 개구리가 개골개골하며 서럽게 운다는 전설이다.

몇년전 시몬이 코걸이를 하고 나타난 적이 있다. 대학에 들어간 후 시몬이 처음으로 집에 오는 날인 추수감사절을 우리들은 손꼽아 기다렸다. 대학생이 된 아들의 모습을 기대하며 아내는 흥분하여 잠도 설치는 것 같았다. 드디어 기다리던 아들이 왔는데 문제가 생겼다. 얼굴에 새로운 장식품을 달고 나타난 청개구리 아들을 보자 엄마 개구리는 인사말 대신에 코걸이를 당장 없애라고 소리쳤다. 청개구리가 엄마 개구리 말을 듣고 코걸이를 뗄 리가 없었다.

코걸이 한 아들 얼굴을 보면서 밥을 못 먹겠다는 아내 때문에 시몬은 반창고로 코걸이를 가리고 추수감사절 식탁에 나타났다. 긴장과 침묵 속에서 식사를 하면서 감사할 기회조차도 없었다. 아내에게 아들의 코걸이에 너무 관심을 보이지 말라고 충고하였지만 엄마 개구리는 청개구리 얼굴을 볼 적마다 눈물을 흘리면서 절망에 빠졌다.

나는 청개구리 심리를 사용하여 역법을 쓰기로 하였다. 청개구리 엄마가 죽기 전에 청개구리에게 반대로 말한 것처럼 "코걸이가 참 좋다. 몇 개 더 걸어 보면 어떠니?" 하며 대수롭지 않는 듯이 말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언제 코걸이를 떼었는지는 몰라도, 다음해 추수감사절 식탁에 시몬은 예전의 핸섬한 얼굴로 코걸이 없이 나타났다.

청개구리 책이 우리 집 커피 테이블에 놓여 있다. 한국 손님들이 그 책을 볼 때 예외 없이 한 마디씩 한다. "오, 우리 엄마도 나를 청개구리라고 부른다" "우리 아들도 청개구리 같다"라고 말한다. 한국 아이들은 모두가 자기 엄마들에게 청개구리인 것 같은데, 사실인지 궁금하다. 사실이라면 청개구리 신드롬이 한국인 심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북한과 남한 사이를 보자. 서로 청개구리들처럼 행동하는 것은 아닐까? 북한과 남한이 언젠가는 통일이 될 것이다. 통일된 한국의 이름을 무엇이라고 부를까. ‘조선’이라고 불리는 북한은 ‘한국’이라고 불리는 남한의 이름을 통일된 한국의 이름으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고, 남한 역시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통일된 한국을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이디어를 제안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통일된 코리아를 ‘청개구리 나라’라고 부르면 어떨까. 그러면 모든 엄마들이 아들을 청개구리라고 부를 것이고, 아들들은 자신을 ‘청개구리 나라 사람’이라고 할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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