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겁한 데이비스 주지사

2001-03-3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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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댄 쉬너, LA타임스 기고)

로레타 린치 공공유틸리티위원회(PUC) 위원장이 40% 전기요금 인상 발표를 준비하고 있을 때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는 팜스프링스에서 열린 재선 기금모금 골프토너먼트에서 로비스트들을 접대하느라 바빴다. 1년 전 데이비스가 주에너지 책임자로 임명한 린치는 샌프란시스코의 변호사요 데이비스의 선거 캠페인 참모였다. 그러나 린치가 요금인상을 고려하는 순간부터 데이비스는 그녀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전력난이 시작된 이후 데이비스의 참모들은 린치측과 긴밀한 연락을 취해왔으며 데이비스 주지사 자신도 전기요금 인상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공언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요금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되자 이처럼 태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데이비스 주지사는 "독립기구인 PUC에 이래라 저래라 명령할 수는 없다"고 변명했다.

데이비스 주지사는 벌써부터 재선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 2,800만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아 놓았다. 주의회도 민주당이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어 그의 재선가도에는 장애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연간 전기료 부담이 수천달러씩 늘어난 성난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기요금 인상이 주지사의 권한 밖이라는 주장을 믿으라는 말인가?

성난 유권자들 앞에서 정치가가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첫째는 정직하고 직설적으로 그같은 결정이 불가피했던 이유를 설명하고 당당하게 책임을 지는 것이고 둘째는 문제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정치자금을 낸 사람들과 골프나 치고 있는 것이다. 유권자들은 정직한 정치인의 실수는 용서할 것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정치인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2002년 선거에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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