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밀입국 행위의 조직 범죄화를 경계한다

2001-03-3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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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한인이 주축이 된 대규모 국제 밀입국 조직이 적발됐다. 이 밀입국단이 지금까지 캐나다를 경유 미국에 입국시킨 사람수가 최소 1,200명에 달하고 캐나다 행동대원만 14명, 미국과 한국에서 체포된 용의자까지 합치면 32명에 이른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조직 총책은 뉴욕 거주 한인으로 94년에도 이미 같은 혐의로 기소된 후 캐나다로 도주, 웰페어를 받으며 밀입국 조직을 운영해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주로 미시건주 포트 휴런 접경 도시인 샤니아나 나이아가라 폭포를 밀입국 장소로 이용해 왔는데 이는 관광객들의 왕래가 잦아 경찰 단속이 느슨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캐나다를 거쳐 밀입국 한 한인은 대부분 여성으로 이중 LA 한인사회 술집이나 카페에서 일하는 숫자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과거에도 몰래 국경을 넘다 체포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전문적으로 밀입국을 알선하다 적발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이번 사건은 밀입국이 개인 차원의 월경을 넘어서 국제 조직 범죄화 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방치할 경우 인신매매와 마약등 범죄 영역을 확대하지 말란 법도 없다.
이번 사건은 지난 달 다른 한인이 역시 밀입국 혐의로 체포된 이후 토론토에서만 올해 두 번째 발생, 캐나다 한인들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밀입국 사건이 빈발하고 있는 것은 미국에 오려는 한국인들이 줄 서 있기 때문이다. 나쁜 경기와 공교육에 대한 불신,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에 염증을 느낀 20~3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어떻게 해서든 한국을 떠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밀입국 업자의 도움을 얻어 국경을 넘을 경우 피해를 입는 것은 선의의 다수 한인이다. 이미 캐나다 당국에서는 한국인라면 빨간 불을 켜고 입국 때부터 이 잡듯 소지품을 뒤지고 입국 경위를 조사하는 바람에 입국 절차를 밟는 시간이 길어지고 일부는 아예 캐나다 땅을 밟아 보지도 못하고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전 미국에서도 무비자협정을 추진하다 무산된 적이 있다. 한국인들이 관광이나 방문 목적으로 미국에 온 후 주저앉는 비율이 너무 높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번과 같은 대형 사건이 계속 터질 경우 미국과 캐나다 사법당국이 한국인들을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체결돼 있는 캐나다와의 무비자 협정마저 취소될 위험이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 한인들의 무비자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밀입국자나 그 알선업자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한국은 물론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수백만 한인들의 이미지에 상처를 입힌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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