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PC방으로 등교하는 학생들

2001-03-30 (금)
크게 작게

▶ 김은애<소셜워커>

8학년 아들을 둔 어느 어머니가 자기 자식을 여태까지 너무 몰랐다며 솔직하게 가정에서 일어난 아들 이야기를 하나 해주었다. 아들이 학교를 잘 가고 있는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2주를 학교 간다며 집을 나가 PC방에서 오락게임을 하다 학교 끝나는 시간에 집에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담임선생은 학생이 아파서 학교를 안 나왔는지 알고 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이 사실이 밝혀지게 된 것이다. 담임선생도 이 학생이 공부를 잘 해서 우등생반에 있고 부모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학교를 2주 빠졌어도 의심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이 학생의 부모는 즉각 야단을 치지 않고 왜 학교를 안 갔는지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서 많이 놀랐고 가슴이 뛰었다고 한다. 하지만 학교에서 일이 잘 처리가 되고 부모도 안정을 되찾고 다시 아들을 믿어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있다가 이 아들이 다시 학교를 안 왔다고 학교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플러싱에 PC방도 여럿이어서 무턱대고 찾으러 나갔는데 처음 들어가 본 PC방에 아들이 혼자 앉아서 게임에 몰두하고 있어 자기 엄마가 들어온지도 모르고 있더라고 한다. 이 어머니가 더욱 놀란 것은 PC방에 학교에 있어야 할 청소년들이 그룹으로 앉아서 열심히 오락게임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어머니는 내 자식을 잘 안다고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아들이라도 그 마음은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다. 그 후부터는 아들을 믿어주려고 해도 의심이 가고 아무리 부모가 자식에게 사랑을 쏟아도 자식이 언제나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다고 한다. 지금은 학교에서 요구한대로 아침에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오후에는 데리러 간다고 한다.

부모세미나가 각 곳에서 열리고 있다. 왜냐하면 청소년문제도 심각하지만 부모교육이 먼저라는 것이 교육자들이나 청소년 전문의들의 생각인 것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직도 “내 자식만은 아니야!”하고 외치고 있다.

몇주 전에는 뉴욕 한국교사협회에서 부모 세미나를 준비해 부모들을 초청했는데 총 60명밖에 안 왔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들이 관심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느 나라 부모들 보다도 자식들에게 헌신적이고 교육이라면 어느 희생이라도 반갑게 받아들이는게 우리 한국부모들이다. 어떤 면에서는 우리 부모들이 자식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믿기 때문에 내 자식만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일 수도 있다.

어떤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무단결석이나 수업 빼먹기는 이제 문제로도 꼽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부모들에게 연락을 하면 이 사실을 부인하고 심각하게 생각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가 낙제를 하고 학교에서 퇴학을 하는 경우까지 와서야 도와달라고 사정을 한다. 이 나이 때는 학교성적이나 학교생활을 통해서 성취감과 자신감, 그리고 자기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조금씩 무단결석을 하든가 아니면 수업을 빼먹다보면 당연히 학교성적은 떨어지고 공부나 학교생활에 관심을 잃게 된다.

많은 아이들이 혼자 집에 “버려져”있다. 돈도 중요하고 아이들에게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부모들이 자식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대화를 나누고 청소년들이 이 나이에 경험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 공포, 그리고 스트레스들을 애정과 관심으로 함께 풀어나가는 것이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