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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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주차장에서 당한 봉변

2001-03-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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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 김<자영업>

며칠 전 LA 한인타운내 한 한인마켓으로 시장을 보러갔다. 사업을 하고 있는 관계로 24피트 길이의 트럭을 타고 마켓 주차장으로 들어가 주차할 곳을 찾았으나 자리가 없었다. 다른 차의 통행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한쪽으로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끄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석에 앉아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그 때 주차장 경비원이 다가오더니 도로변에 파킹을 하라고 했다. 나는 길에 빈자리가 없으니 잠시 기다리다가 주차 공간이 나오면, 그때 주차하면 안되겠느냐고 양해를 구하는데 그때 마침 빈자리가 났다. 그래서 그 자리에 주차하겠다고 하니 무조건 안되니까 나가라고 한다.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건을 사겠다고 온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해도 물건을 사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 아닌가? 화가 났지만 LA에서 몇 시간이나 떨어진 곳에 사는 나로서는 물건을 사야했기에 “차를 토잉하려면 하라”하고는 마켓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다른 경비원이 다짜고짜 욕을 하면서 내 가슴을 두세번 두손으로 치고 자신의 머리로 내 이마를 받고는 내 바지벨트 앞 부분을 꽉 움켜잡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20년이 넘게 살면서 처음 당하는 일이라 어이도 없었고 화도 치밀었지만 신체의 위협을 느낄만한 완력을 느낄 수 없었고 경비원이 60 가까이 된 사람으로 보여져 같이 완력으로 대할 수도 없어 뿌리쳤다.


마켓으로 들어가 매니저로 보이는 직원이 입구에 서있기에 상황을 설명하니까 이 분도 어이가 없어하며 옆에 서있던 다른 경비원한테 손님에게 함부로 대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항의했다. 그리고는 경비원이 마켓의 직원이 아니고 계약된 회사의 직원이기 때문에 자기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때 나에게 함부로 했던 경비원이 와서는 또 다시 상스러운 욕을 하자 마켓 직원은 자리를 피하는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마켓의 경영이었다. 경비원의 인품은 그렇다해도 매니저나 부 매니저쯤으로 보이는 직원들의 태도가 납득이 되질 않는다. 나도 사업을 하면서 종업원들이 여러 명 같이 일을 하지만, 손님의 이유 있는 항의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태도나, 손님이 경비원에게서 입에 담을 수 없을 욕을 듣고 있는데도 못 본 채 해버리는 것 같은 패배의식은 경영주의 경영 방침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손님에 대한 친절이나 존중은 바라지도 못하고 자신의 업소를 찾는 손님의 안전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직원들의 태도로 미루어 장소가 좋아서 손님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에 업주가 손님을 하찮게 보는 오만이라면 아주 위험하다.

이유야 어떠했던 원인 제공을 한 나의 행동을 반성하면서 앞으로는 그런 시비에 다시 휘말리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마켓은 얼마든지 있고 나는 한인타운과 직접 연관되어 살고 있지도 않다. 그렇지만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무관심하게 지낸다면 우리 한인타운은 절대로 우리가 기쁜 마음으로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변화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 한인들이 많은 긍정적인 면을 갖추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미 주류사회와 2세들에게 비쳐지는 부정적인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본다.

보다 밝고 즐거운 샤핑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한사람 한사람의 적극적인 개혁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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