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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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 환자 푸대접

2001-03-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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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 김

며칠전 코리아타운 어느 샤핑몰 안의 약국에 갔다. 가족 중에 몸이 불편한 분이 계셔서 약을 얻으러 갔다. 다행히 미국에 와서 메디칼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에 병원에서 지정해 준 약국에 약을 받으러 간이다.

병원에서 만들어 준 카드를 가지고 가면 다른 것은 필요가 없다기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즉시 약국으로 갔다.

그런데 내가 약국에 들어서서 그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처음 눈이 마주친 후로부터 그 약국을 나오기까지 한번도 그 분들의 얼굴에서 미소라는 것은 볼 수가 없었다. 도대체 친절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가 없고, 꼭 옛날 학창시절 교무실에 벌받으러 가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한 10여분을 기다린 후 약을 받아 가는 사람이 사인해야 한다는 종이에 사인을 하고 약만 건네 받았다. 그 종이는 크레딧 카드 영수증처럼 몇 장의 종이가 서로 붙어있었다.

사인을 하고 나서 약을 받아들며 무심결에 "다른 영수증 같은 것은 안 주시나요? 약만 가지고 가나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대번에 그 곳 아주머니가 "돈 내고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니고 공짜로 약을 타 가는데 무슨 영수증을 줘요? 돈을 내고 약을 사가야 영수증을 주지!"
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고는 내가 화가 나서 "제 사인이 들어갔으니까 저에게도 카피를 하나 주시는 게 경우가 아닌가 해서 여쭤 본 것입니다"라고 따져 물었다.
나의 표정을 본 아주머니가 약간 수그러진 자세로 카피들 모두 다 각각 다른 곳으로 보내기 때문에 줄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얼굴을 마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바로 약국 문을 나오면서 병원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뭐 이런 약국에 가라고 보내나?...’

그러면서, 한편으로 생각해 보았다. 코리아타운에서 메디칼 가지고 약 구입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적은 숫자가 아닐 것이고, 한인 외의 다른 인종의 손님들도 많을 것이다. 약국 자체에서는 무료로 손님들에게 약을 주는 것도 아니고 정부에게 약값을 청구할 텐데 손님이 공짜로 약을 타간다고 무시를 하는 것인가?

신체에 장애가 있어서 사회 복지제도가 발달된 나라에서 혜택을 받아 약을 무상으로 받아 가는 것이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인가? 오히려, 신체에 장애가 있거나, 나이가 많아 몸이 불편해서 사회 보장제도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약국에 가면, 이런 사람들에게는 더욱 더 친절하고 따뜻하게 대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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